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분더 Nov 20. 2020

독일어도 못/안하면서 어느덧 독일 거주 5년 째  

#1.  독일어,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을 먼저 강타한 코로나가 유럽은 더 심하게 강타했다. 집 밖을 나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집에 불러 모을 수도 없고, 그 좋아하는 산책도 조차 하기도 겁난다.

집에만 있는다. 삼월 중순부터 오늘 2020년 11월 13일, 그리고 무기한 그 어느 날까지.


뭘 할까.

 

그래 이거다. 정말 마음 깊은 곳에 꼭 해내고 싶어 했던  것, 해내야 만 하는 것.

독. 일.어.





 물론 나에게도 독일어 공부에 열정을 불태우던 어학원 시절이 있었다. 독일에 발을 디딘 첫 해.

삶의 질이 낮았다. 그 많았던 숙제들, 학업 혹은 취업을 위해 독일로 온 똘망똘망해 보이는 이십 대 청춘들(참고로 그 때 나는 우리 반 선생님보다 열 살이나 더 많았다)과 함께 하는 그 수업은 예습과 복습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었다. 독일어 외에 다른 것에 관심을 둘 수가 없었다.(어차피 아베체데(ABCD)도 모르고 독일 땅으로 건너온 나는 뭘 할 수도 없는 까막눈이긴 했지만)

 그때의 열심, 열정에 비례해 독일어 실력이 좋아졌더라면 아마 지금 쯤 나는 이런 글로 나의 옛 시간들을 돌아보지 않았을 거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실력은 늘지 않았다. 이미 외국어는 소질없음을 영어에서  이미 깨닫긴 했지만, 지금은 독일어를 쓰는 나라와 와 있지 않은가!

 꼬박꼬박 숙제하고 지각결석없이 늘 앞자리에 앉아 수업듣는 그런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결과없이 꾸준함을 유지한다는  어려운 일이다. 독일어에 대한 열정은 점점 식어갔고, 결국은 8개월 만에 어학원과 작별을 고했다.

 그나마 그 시간이라도 있었기에 지금, 정말 간단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고(그러나 대화가 길어지면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독일어가 안 들린다) 음식점 메뉴판이나 공공장소에서의 안내문을 읽는다. 독일에서 살아 갈 최소한의 언어실력으로 살아왔다, 아니 버텨왔다. 


  어학원 이후의 내 독일어 공부를 방해한 가장 큰 요인은 꾸준하지 못했다는 거다. 공부 계획을 세워 놓으면 신기하리 만큼 약속 혹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생겼고 그것도 아니면 남편의 휴가나 월차가 잡혀 길게 혹은 짧은 여행을 갔다.

 

 이미 오랜 시간을 코로나 속에서 지내왔지만, 두 번째 록다운이 된 독일에서 아무래도 더 긴 시간을 집에서 갇혀 지내야 할 것 같다.(오늘 독일에선 코로나 하루 확진 숫자 23,542명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독일어를 못/안하면서 독일 사회에서 잘(?) 지내 온 나에게 코로나는 집에만 있으란다, 집에 있을 시간을 많이 준단다. 끈기와 반복적인 것들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된 것이다. 

 지금 이 시간이 한없이 불행한 날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이미 수십 번 노력했고, 수십 번 포기했던 독일어에 다시 한번 열심과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독일어,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학원 시절 샀던 독일어 사전에 묵은 먼지를 털었다.  나는 종이책을 사랑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