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 아이는 친구에게 엄마가 짜증난다고, X나 어이가 없다고, 이해가 안된다고 했었다.
그 날 하루라고, 한 번 이라고 했지만 배신감이 컸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 이제 당분간은 미운 언어가 디폴트 값이다 생각하기로 하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만 지옥에서 살 것 같아서였다. 일기장도 보지 않으려 했는데, 딸아 어디 숨겨놓으면 안되겠니. 꼭 책상 한 가운데 두고 학교 가야하니?
유혹을 참지 못하는 날이 있으니 이해 바란다. 그리고 아이의 일기장에서 보았다. 엄마를 실망시킨 아이의 마음을.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 엄마. 그 엄마의 마음을 잃게 되었을까봐 두려운 딸의 슬픔과 먹먹함에 오래도록 일기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게, 왜 엄마 속상하게 말을 밉게 했냐’
그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
그 저녁, 집에 돌아온 풀 죽은 아이를 세상 가장 밝은 목소리로 맞아주었다. 엄마는 너를 믿는다고, 사랑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우리 딸이 제일 좋다고 몇 번이고 끌어안고 말해주었다. 한 달, 두 달. 매일 그렇게 안아주고 엄마 딸로 와줘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딸의 불안함을 다 덮어버리고도 남을만큼 해주어야 했다.
다시 기가 살아나서 다행이다. 내가 해준 사랑의 말보다 몇 배 더 많이 내게 말해준다.
“엄마가 내 엄마라서 너무 좋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야. 나를 낳아줘서 고마워 엄마.“
제발 그리 알고 살기를… 나는 또 바랄 뿐이다.
너에게만 세상 제일 든든하고 좋은 엄마이면 충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