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모난 연필로 쓰자

by 우아써니

남편은 둥그런 것과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은 신랑 사전에는 없는 말입니다.(언제나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사적인 생각임을 밝혀 둡니다.)

생긴 것도 조각 같은데 성격은 더 칼같이 날카롭고 예민하고. 아무튼 까다로운 타입입니다. 문제는 신랑만 자신이 예민하다는 걸 알고 있지 못해요. 직장 동료의 "팀장님은 예민하세요"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집에 와 "내가 예민해?"라고 되묻는 신랑인데, 놀랍습니다. 본인이 그걸 모르고 있다니.

여태 세상은 둥글게 살라고 배워왔어요. 그런데, 정말 그렇습니다. 모날 필요 뭐가 있나 싶어 되도록 신랑에게 맞추고 살았어요. 신랑은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이 확실한 편이고, 보통은 그것을 쟁취할 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이에요.(예쁜 말투로 웃으며 말하니 때로는 속이 더 뒤집히기도 합니다만)

그러니 내 주장을 해보다가도 신랑의 계속되는 은근한 압력(?)에 결국은 신랑의 뜻대로 하게 되는 일들이 반복됐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예민하고 모가 났다는 것은 누구의 기준일까요? 오히려 둥근 연필이 불편했던 것처럼, 저의 둥글둥글 삶의 태도가 더 문제는 아니었을까요? 신랑의 성격이 모가 났다고 판단하며 예민한 사람 취급을 한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요? (물론 신랑은 누가 봐도 예민해 보이고, 예민한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저는 신랑과 13년을 살며 늘 져주고 맞추다(물론 저의 생각임을 밝혀둡니다.) 화병이 생길 거 같아 이제야 저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신랑은 아무렇지 않게 저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원하는 대로 맞춰줍니다.

'이렇게 간단한 거였어? 그냥 이야기했으면 되는 거였어? 아~억울해.'

그간의 시간이 야속하지만, 지금이라도 둥글기만 한 연필, 각진 연필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나마 감사하고 다행입니다.


그것은 비단 신랑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요? 가정에서, 직장에서, 단체에서, 공동체에서.

우리는 숱하게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납니다. 나와 다르면 '너는 각이 져서, 너는 너무 뾰족해서, 너는, 너는...' 문제를 상대에게서만 찾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익숙하지 않은 유형의 상대를 품기에 내 마음의 크기가 너무 작았던 것은 아닐까요? 모나고 뾰족한 사각 연필을 충분히 담을 만큼 동그라미가 더 커졌다면 어땠을까요.

둥근 저와, 각진 신랑이 만나 여섯 모난 연필이 되어갑니다. 무조건 둥글고 무조건 각진 삶보다는, 분명 더 유익하고 슬기로운 삶이 펼쳐지리라 믿습니다. 우리 조금씩 여섯 모난 마음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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