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한 시간에 단 두 문제를 풀어도 행복한 이유

"아!" 소리가 들리면, 진도는 조금 늦어도 괜찮습니다

by 안선진

[오늘의 풍경]

최근 예비 고1 남학생들이 여러 명 새로 들어와 한 반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때 거의 공부를 안 하다시피 해서 국어 점수는 완전 바닥이었고, 비문학 문제집 한 지문의 다섯 문제를 푸는 데도 한 시간이 걸릴 정도로 기본적인 어휘량이나 이해도가 낮은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몇 주에 걸쳐 같은 음운의 변동 수업을 해주어도 매번 새롭다는 듯이 듣곤 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에는 한 시간 내내 문제를 푸는데 고작 두 문제밖에 풀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오히려 “우리 한 시간 동안 두 문제밖에 못 풀었어요. 어떡해요.”라며 걱정했지만, 저는 그 수업이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음의 문구]

욕속즉부달 (欲速則不達) : 일을 빨리하고자 하면 제대로 할 수 없다.

— 《논어(論語)》 〈자로〉


[행간의 지혜]

제가 그 수업에 만족했던 이유는, 그 두 문제를 푸는 동안 중요한 음운의 변동 세 가지를 완전히 정리했으며 그동안 아이들의 입에서 “아!” 하는 소리가 수도 없이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수업을 들으며 내는 “아!” 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로 기분 좋은 일입니다. 저번 주 시 분석에 이어 이번 주 문법 수업에서도 연달아 터져 나온 이 소리가 쌓여야 수업이 재미있고 국어에 자신감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날 수업 후, 한 학생이 길을 가다 플래카드에 적힌 사람의 이름을 보고 유음화가 적용되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어와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예와 같지 않으리라'는 말이 떠올라, 제가 그들의 깨우침에 일조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참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 자하에게 건넨 공자의 속도 조절법


이 구절은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거부라는 지방의 읍재가 되어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공자가 해준 조언입니다. 공자는 "빨리 성과를 내려고 서두르지 말고(無欲速), 작은 이익을 보려 하지 마라(無見小利). 빨리하고자 하면 달성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에 매달리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조급함은 시야를 가립니다. 눈앞의 성과가 더뎌 보일지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원리를 깨치며 내뱉는 "아!" 소리에 집중하는 '느린 걸음'이 결국 목적지에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도달하는 지름길이라는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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