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서울대요? 전 어제의 저를 이겼을 뿐입니다"

by 안선진

[오늘의 풍경]

몇 년 전 수능을 치른 학생 중에,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말까지 6년 가까이 저와 국어를 공부했던 아이가 있습니다. 그 학생은 질문의 수준이 남달랐을 뿐만 아니라, 매시간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무척이나 진지했습니다.


특히 시험 기간이 되면 이 친구의 모습은 더욱 빛이 났습니다. 학교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저와 함께 출제자의 의도를 치열하게 고민하곤 했지요. "선생님, 학교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혹시 이런 식의 문제를 내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을까요?"라고 물으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콕 찍어 보충해 달라고 요구하는 영리한 학생이었습니다.


누구보다 탄탄하고 많은 양을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항상 자신의 공부량이 부족하다고 여겼습니다. 본인이 정해놓은 기준이 워낙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 학생의 경쟁자는 그 누구도 아닌 오직 자기 자신이었으며, 과거의 자신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정진했습니다. 성적이 잘 나와도 늘 겸손하게 선생님 덕분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던 그 친구는, 결국 서울대학교 합격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마음의 문구]

전승 고비야 (戰勝 故肥也) : 나는 나와의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에 더 튼튼해졌다.

— 《한비자(韓非子)》 〈유로〉


[행간의 지혜]

진정한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승부의 대상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는다는 점입니다. 진짜 실력은 타인과 경쟁하여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적당히 타협하고 싶은 내 안의 게으름을 이겨내는 힘에서 나옵니다.


스스로를 이겨본 경험이 있는 아이는 결과 앞에 겸손할 줄 압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스스로 잘 알기에, 성취의 공을 주변으로 돌리는 여유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타인을 이기는 법보다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먼저 배운 아이, 그 단단한 마음이야말로 입시라는 긴 터널 끝에서 얻은 가장 값진 훈장일 것입니다.


[못다 한 이야기] 마음이 승리할 때 얻는 ‘정신적인 풍요’


이 구절은 초나라의 선비가 스승 자하(子夏)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 예전보다 안색이 좋아지고 몸이 넉넉해진 이유를 묻자 스승이 답한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여기서 ‘살이 쪘다(肥)’는 표현은 단순히 체중이 늘었다는 뜻이 아니라, 내면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얻은 정신적인 풍요로움과 당당함을 의미합니다.


자하는 “성현의 가르침과 세상의 화려한 욕망이 내 안에서 치열하게 싸웠는데, 이제는 가르침이 승리하여 마음이 평온해졌기에 몸까지 넉넉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대에 합격한 제자가 보여준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태도 역시,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쌓아 올린 ‘마음의 근육’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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