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설마 이게 나오겠어?"의 함정

by 안선진

[오늘의 풍경]

시험 기간, 학원 자습실의 공기는 아이들의 성격만큼이나 제각각입니다. 이맘때 아이들을 지켜보면 참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지곤 하죠.


어떤 아이는 자습서를 네다섯 번을 보고도 예닐곱 번을 보지 못한 것에 불안해하며 저를 붙잡습니다. 자습서 구석진 곳에 깨알같이 적힌 주석까지 샅샅이 뒤지며 "선생님, 이것도 시험에 나올까요?"라고 의심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반면 대다수의 아이는 참으로 '쿨'합니다. 자습서를 딱 한 번 훑어본 것만으로 대단히 만족하며, 세상을 다 얻은 표정으로 외칩니다. “원장님, 저 국어는 이제 다 뗐어요!” 그러고는 자습서 귀퉁이에 있는 핵심 내용은 '자체 검열'을 거쳐 삭제해 버립니다. "설마 이런 것까지 나오겠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함께 말이죠.


[마음의 문구]

위자사평 이자사경 (危者使平 易者使傾) : 일을 위태롭게 여겨서 미리 대비하는 자에게는 평안이 오고, 일을 쉽게 여겨 방심하는 자에게는 무너짐이 온다.

— 《역경(易境)》 〈계사하전〉


[행간의 지혜]

결국 시험이 끝나면 교실의 표정은 엇갈립니다. 보고 또 보며 불안해하던 친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지만, 마냥 마음 편했던 친구들은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원장님, 학교 선생님이 너무해요! 어떻게 이런 것까지 낼 수가 있죠?”라며 애꿎은 선생님을 원망하곤 합니다.


하지만 입시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100%를 준비한 아이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101%를 채운 아이가 남들보다 앞서가는 법입니다. 위기의식은 단순히 겁을 먹는 것이 아니라, 빈틈을 찾아내려는 치열한 정성이자 실력입니다.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다 뗐다"고 생각하는 그 지점이 사실은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고. '설마'를 '역시'로 바꾸는 힘은, 스스로를 위태롭게 여겨 미리 준비하는 그 정직한 불안함에서 시작됩니다.


[못다 한 이야기] 공포가 아닌 '준비'로서의 위기의식


《역경》의 이 구절은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최고의 비결을 알려줍니다. '위(危)'는 단순히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예리하게 살피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태도입니다.


반면 '이(易)'는 상황을 만만하게 보고 안일하게 대처하는 태도를 말하죠.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이들 대부분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배움의 과정을 너무 '쉽게(易)'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것을 찾아내어 스스로를 자꾸 '위태롭게(危)' 만드는 아이만이 시험이라는 풍랑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평안(平)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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