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자,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하게 얘기해보자.

떳떳한 50점이 부끄러운 100점보다 값진 이유

by 안선진

[오늘의 풍경]

숙제 검사를 하다 보면 소위 ‘촉’이 올 때가 있습니다. 평소 실력으로 보아 도저히 다 맞았을 리가 없는데 백점이거나, 반대로 이렇게까지 틀릴 수가 없는데 빵점인 경우입니다. 제 마음속에 의심의 불이 켜지면 저는 아이들을 불러 모아 이렇게 말합니다.

“자, 가슴에 손을 얹어봐. 솔직하게 얘기하자. 이 숙제, 본인이 성실하게 푼 걸까, 아닐까?”

순수한 초등학생들은 가슴에 손을 얹자마자 고해성사를 시작합니다. “누구 거 보고 베꼈어요”, “사실은 그냥 찍었어요”라며 좔좔 고백하는 아이들이 차라리 고맙습니다. 초등학생들은 선생님께 혼날까 봐, 친구들 보기 창피해서, 혹은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선생님과 자신을 속이곤 합니다.


문제는 중·고등학생들입니다. 이들은 초등학생보다 훨씬 노련하고 얼굴도 두껍습니다.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서 단 30분 만에 모의고사를 다 쳤다며 매번 100점을 받아오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교 시험이나 공식 모의고사에서는 한 번도 그 점수를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매번 컨디션 난조나 마킹 실수를 핑계로 대는 아이를 보며, 교육자로서 신뢰를 유지하기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마음의 문구]

민면이무치 (民免而無恥) : 백성들이 형벌을 면하려고만 하고, 나쁜 짓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 《논어(論語)》 〈위정〉


[행간의 지혜]

숙제를 하고 시험을 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발전을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남을 속이고, 나아가 자신까지 속이는 아이들을 볼 때면 안타까움과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순간을 모면하는 거짓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남을 속인다고 해서 그 점수가 진짜 자기 것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왜 스스로 점수에 얽매여 가장 소중한 ‘정직’이라는 가치를 버리는 것일까요.

아이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남을 속여 얻은 부끄러운 100점보다, 자신의 실력을 정직하게 마주한 떳떳한 50점이 훨씬 더 값지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못다 한 이야기] 처벌보다 무서운 것은 '부끄러움'을 잃는 것

공자는 법이나 형벌로만 사람을 다스리면, 사람들은 벌을 피하는 데만 급급해져서 나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숙제를 베끼거나 점수를 속이는 이유도 결국 '벌(혼나는 것)'을 면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진짜 교육은 아이들이 스스로의 정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恥)'을 느끼게 하는 데 있습니다.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아이는 누가 보지 않아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학부모님과 선생님들이 결과인 점수보다 '정직한 과정'을 더 높게 평가해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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