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잘못한 것은 제가 제일 잘 알아요."

by 안선진

[오늘의 풍경]

현덕의 소설 《하늘은 맑건만》을 수업할 때면, 교실 안 아이들은 주인공 문기의 이야기에 숨죽여 몰입합니다.


숙모의 심부름으로 간 고깃간에서 거스름돈을 훨씬 더 많이 받은 뒤, 친구 수만이와 함께 그 돈을 써버리는 문기. 공도 사고 쌍안경도 사며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때는 구름 위를 걷는 듯 좋았지만, 즐거움은 찰나였고 이내 무거운 죄책감이 찾아옵니다.


죄의식을 덜어보려 공과 쌍안경을 버리고 남은 돈을 고깃간 안마당에 던져보지만, 상황은 결코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만이의 협박에 못 이겨 숙모의 돈을 훔치는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죠. 결국 누명을 쓴 아랫집 점순이의 서러운 울음소리를 들으며 온 세상이 자신을 질책하는 듯한 공포에 휩싸일 때, 문기는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삼촌께 모든 사실을 고백합니다.


중학생 아이들은 문기의 이 처절한 심리 변화에 깊이 감정 이입하며, 마치 제 일인 양 안타까워하고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마음의 문구]

외영악적이거지주 (畏影惡迹而去之走) : 그림자가 두렵고 발자국이 무서워서 그것들로부터 도망친다.
— 《장자(莊子)》 〈잡편 어부〉


[행간의 지혜]

잘못을 했을 때 가장 괴로운 사람은 사실 자기 자신입니다. 그 누구보다 비겁했던 자신의 모습이나 부족하고 게으르고 욕심 많았던 모습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두 번, 세 번 잘못을 지적하고 꾸지람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미 스스로 괴로워하고 있는 상처에 자꾸 소금을 뿌려대는 꼴이라, 결국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반발심이 드는 지경에 이르는 것입니다.


나의 잘못은 내가 가장 잘 압니다. 그리고 그 잘못을 진정으로 고칠 수 있는 사람도 오직 나뿐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다시 맑은 하늘을 찾을 수 있도록, 때로는 묵묵히 기다려주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못다 한 이야기] 도망치는 대신 멈춰 서는 용기

장자는 자신의 그림자와 발자국이 무서워 계속 달아나다 결국 지쳐 죽은 사람의 우화를 통해 우리에게 말합니다.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면 그늘 아래로 들어가면 되고, 발자국을 없애려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된다는 것을요.

잘못 앞에서 도망치려 애쓸수록 그림자는 더 길게 따라붙고 발자국은 더 선명해집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빨리 도망가는 법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고 그늘 아래서 마음을 쉬게 하는 용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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