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지니고 다녀
따뜻하기까지 하다
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
손때가 묻으면
낯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밖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
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생각 한 줌>
슬픔, 불행, 고통, 괴로움은 없애야 하는 것,
이겨내고 물리쳐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긍정의 힘으로 항상 기쁨을 느끼고 행복해야 한다고,
그게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슬픔도 지갑처럼 지니고 다니고,
불행도 반치처럼 끼고 다니고,
고통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알고 싶지 않았다.
항상 좋을 수는 없는 것인데...
항상 웃을 필요는 없는 것인데...
실패를 바탕으로 의지를 불태우고
이별을 바탕으로 소중함을 일깨우듯
나를 힘들게 한 것들이 어느덧 나에게 힘이 되어준다.
그러니
슬픔도 불행도 고통도 온전히 맞닥뜨리자.
가만히 쓰다듬어주자.
그 또한 나를 이루는 한 부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