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풍경]
어느 날 밤 10시가 넘은 시각,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장문의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선생님, 이제 다 필요 없어요. 애가 정신을 못 차렸네요. 모든 수업 다 그만둘까 봐요.". 사연을 들어보니, 아이가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아 문제집을 확인했는데 깨끗한 상태인 것을 보고는 불같이 화가 나 한바탕 난리를 치신 뒤였습니다.
잔뜩 격양된 어머니께 저는 조용히 여쭈었습니다. "어머님, 지금 어머님께서 진심으로 바라시는 것이 아이가 공부를 아예 그만두는 것인가요? 아니면 더 열심히 하기를 바라시는 것인가요?". 짧은 정적이 흐른 뒤, 어머니는 "아..." 하고 탄식하며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마음의 문구]
심물망 물조장야 (心勿忘 勿助長也) : 결코 마음으로 잊지 말고, 억지로 자라기를 도와주지도 말라.
— 《맹자(孟子)》 〈공손추 상〉
[행간의 지혜]
비단 이 어머니뿐만 아니라, 많은 부모님이 바쁜 일상 속에서 아이를 잊고 지내다 어느 날 문득 생긴 조급증에 상황을 뒤집어엎곤 합니다. 평소에는 "잘하겠지" 하고 방치하다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마주하면 참았던 화를 폭발시키며 아이를 닦달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불같은 화나 조급한 채찍질이 아닙니다. 아이가 성장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늘 믿고 지켜봐 주는 눈길, 그리고 아이가 정말로 힘겨워할 때 적절하게 내밀어 주는 도움의 손길입니다. 교육은 아이의 뿌리를 뽑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랄 때까지 곁을 지켜주는 일임을 다시금 새겨봅니다.
[못다 한 이야기] 싹을 뽑아 올린 농부, '조장(助長)'의 비극
우리가 흔히 쓰는 '조장(助長)'이라는 단어에는 맹자가 들려주는 우스꽝스럽고도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송나라의 한 농부가 자신이 심은 곡식 싹이 빨리 자라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논의 싹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조금씩 뽑아 올렸습니다.
집에 돌아온 농부는 가족들에게 "오늘은 싹이 자라도록 도와주느라(助長) 아주 피곤하구나!"라며 으스댔죠.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농부의 아들이 논에 가보니 싹들은 이미 모두 말라죽어 있었습니다. 성장의 속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억지로 힘을 가하는 것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방해하고 결국 파멸로 이끄는 일이라는 강력한 경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