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보다 강한 손잡기
[오늘의 풍경]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20년도 더 전에는 학원에서 체벌이 가능했습니다. 학기 초가 되면 아이들에게 '약속'이라는 이름의 경고를 하곤 했지요. 숙제를 해오지 않으면 한 바닥에 한 대씩 손바닥을 때리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이 강제된 약속에 동의한 아이들은 숙제를 못 해온 날이면 벌벌 떨며 일어나 자기 입으로 몇 대를 맞아야 하는지 이실직고하곤 했습니다. 귤 하나도 제대로 쥐지 못할 것 같은 작은 손을 때릴 때면 마음이 아팠지만, 이렇게 해야 다음부터는 열심히 잘 해올 것이라는 생각에 더 매몰차게 매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저만의 확실한 기준은 있었습니다. '체벌은 초등학생까지만'이라는 것이었죠. 중학생부터는 "한 대 맞고 말지"라는 생각이 강해져, 강하게 누를수록 더 세게 부딪쳐 오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어느 날, 키 크고 수학 잘하는 잘생긴 남학생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우리 반의 한 말괄량이 여학생은 첫날부터 그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더니, 날이 갈수록 그 관심은 괴롭힘으로 변질되었습니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속 점순이처럼 친해지고 싶다는 메시지였으나, 둘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이 혼을 낼수록 여학생은 더 어긋날 뿐이었죠.
저는 아이를 교무실로 불렀습니다. 옆에 앉혀 놓고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습니다. "너의 행동이 나쁜 뜻이 아니라 사실은 친해지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몰라줘서 속상했겠네." 그러자 평소 그렇게 드세고 괄괄하던 아이가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요. 보는 저까지 눈물이 났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의 행동은 훨씬 차분해졌고 짓궂은 행동도 멈추었습니다.
[마음의 문구]
이력복인자 비심복야 역불섬야 (以力服人者 非心服也 力不贍也) : 힘으로써 남을 복종하게 하였을 때, 상대방은 진심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맹자(孟子)》 〈공손추 상〉
[행간의 지혜]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저는 초등학생에게는 쿠폰이나 칭찬으로 동기부여를 하고, 중학생부터는 '친해지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훈계도 칭찬도 자칫 자신을 조종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진심으로 다가갔을 때, 애정 어린 눈빛과 다정한 말 한마디를 건네줬을 때 아이들은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어줍니다. 힘으로 굴복시킨 몸은 언제든 다시 튕겨 나가지만, 마음을 어루만져 얻은 신뢰는 아이를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못다 한 이야기] 힘이 아닌 덕으로 얻는 마음
맹자는 인(仁)을 바탕으로 정치를 펼치는 것을 '왕도(王道)'라 부르며, 무력으로 사람을 억누르는 '패도(覇道)'와 엄격히 구분했습니다. 힘으로 누르면 상대는 복종하는 척할 뿐이지만, 덕으로 대하면 상대는 마치 70명의 제자가 공자를 따르듯 진심으로 기뻐하며 마음을 다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권위라는 힘보다 이해라는 덕이 아이를 진짜 성장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