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내 지식이 아닌 '네 지식'으로 만드는 법

by 안선진

[오늘의 풍경]

3시간 동안 핏대를 세우며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고 나면, 저 스스로는 참 많은 것을 가르쳤다는 뿌듯함에 젖곤 합니다. 하지만 다음 시간 복습을 해보면 아이들은 언제 그런 걸 배웠냐는 듯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기 일쑤입니다.


그럴 때면 저는 아이들에게 따끔한 잔소리를 쏟아냅니다. "내가 수업하는 내용은 내가 아는 것이지 너희가 아는 것이 아니야. 여기서 고개를 끄덕였다고 해서 너희 지식이 되었다고 착각하지 마." 결국 참다못해 이면지를 한 장씩 나누어 줍니다. "방금 수업한 내용, 아무것도 보지 말고 여기 다 써봐.". 텅 빈 종이를 앞에 두고 당황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머릿속이 얼마나 확연하게 드러나는지 모릅니다.


[마음의 문구]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사색하지 않으면 학문이 체계가 없고, 사색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오류나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
— 《논어(論語)》 〈위정〉


[행간의 지혜]

매일 학원에 와서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정성 들여 읽은 책조차 다음 날이면 주인공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경험을 수시로 합니다. 한 번 들었다고, 한 번 보았다고 결코 내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공부의 진짜 시작은 강의가 끝난 뒤부터입니다. 배운 내용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백지에 써 내려가며 반복해서 습득해야 비로소 '나의 지식'이 됩니다. 아이들의 눈앞에 놓인 종이 속 글자들이야말로 그날 아이들이 진짜로 가져간 공부의 무게입니다.


[못다 한 이야기] 공부의 두 바퀴, '배움'과 '생각'


공자는 이 구절을 통해 공부에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균형을 이루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첫째,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學而不思) 지식은 많으나 자기 주관이 없어 갈팡질팡하게 됩니다. 마치 음식은 잔뜩 먹었지만 소화를 시키지 못해 영양분이 되지 않는 것과 같지요.


둘째,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思而不學) 자기 생각에만 갇혀 위험한 독단에 빠지기 쉽습니다.


현대의 입시 현장에서도 '강의 쇼핑'에만 열을 올리고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 학생들은 결국 첫 번째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진짜 공부는 '배움'이라는 재료를 '생각'이라는 불꽃으로 달구어 내 지식으로 벼려내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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