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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볕 May 04. 2021

(11)호주 가는날



아빠는 1월 1일 제일 바쁜 날이다. 자고 일어나니 아빠는 이미 출근을 한 상태였다. 엄마는 야간 스케줄로 잠을 못 자고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집에 왔다. 언니는 잘 자고 일어났다. 나는 가족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김해 국제공항으로 바로 향하려고 했다.  짐 정리를 마지막으로 하는 중, 언니한테서 연락이 왔다. 신년 행사로 밤샘 당직을 섰던 형부가 김해공항까지 데려다준다고 했던 것. 나는 괜찮다며 사양했지만, 그 많은 캐리어들은 어찌할 거냐는 언니의 성화에 결국 알겠다고 했다.


피곤했던 엄마는 내가 금방 돌아올 것 같으니 나를 배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내가 내심 서운함을 내 비치자 어쩔 수 없이 형부의 차에 몸을 실으셨다.


형부는 전 날 신년 행사를 위해 몰려든 차들을 정리하는 일을 했다. 김해 국제공항으로 가면서 형부 그 날 새벽에 있던 일에 대한 고충을 말했다.

"차례대로 있는 차 보내주는 건데 뒤에서는 왜 저 차 먼저 보내주냐고 화내고, 어떤 아저씨는 욕도 하고....."

 "사정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억울한데, 우리 입장에서 하나하나 다 설명할 수도 없고 참.. "

그 말에 언니는 맞장구를 쳐주며, 수다를 떠는 동안 차는 벌써 김해 국내선 공항을 지나 국제선으로 차를 세웠다. (김해공항-인천공항-호주 순으로 표를 끊었다. 국제선으로 끊게 되면 김해에서 인천까지 가는 특별기를 탈 수 있다는 안내를 사전에 받았었다.)


캐리어 두 개를 꺼내 카트에 실었다. 무거운 배낭가방도 함께 올려놨다. 이제 kg을 재야 한다. 수화물을 부칠 때 지정된 kg을 넘으면 안 되는데 55kg가 나와버렸다. 워홀 가서도 영어 공부 열심히 할 거라던 나는 그 자리에서 수많은 책들을 다시 캐리어에서 뺄 수밖에 없었다. 물티슈들도 엄청 챙겨 왔는데 물티슈 몇 개도 뺏어야 했다. 그리고 몰래 훔쳐온 언니의 옷도 빼야 했다. 언니의 옷을 캐리어에서 빼며 언니에게 '이거 사실 언니 옷이야. 다시 들고 가'라고 했을 때 형부는 "소름" 이라며 우리 자매의 형제애에 감탄했다. 



비행기에 타기 전, 표 검사를 하고 수화물을 부치는데 아무래도 초과 비용을 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전날 형부가 언니 몰래 "처제 언니한테는 비밀이야. 호주 잘 다녀와!" 라며 카카오톡으로 준 20만 원으로 채워 넣으려고 했다. 내 표를 검사해주는 직원의 뒤로 캐리어들이 트레일을 타고 지나갔다. 다들 캐리어가 부서지거나 터질까 봐 뾱뾱이로 감싸고, 노끈으로 감싸고 심지어 박스로도 감싼 캐리어를 보았다. 나도 순간 터질 것 같이 수많은 짐을 넣은 내 캐리어가 터지진 않을까 내심 걱정했다. 

뭐가 문제였는지 시간이 좀 지체가 되자 언니가 나한테 왔고, 딱 마침 그때 직원이 추가 수화물 비용 20만 원을 내야 한다는 설명을 했다. 언니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언니의 카드로 20만 원을 결제를 했다. 그 사이에 아빠에겐 부재중 전화가 왔고,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우리 딸 마중 못 나가서 미안해 조심히 다녀와! 그리고 박서방, 피곤할 텐데  운전하느라 너무 고생 많았어. 박서방이 있어서 든든하다"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2020.01.01 호주에 가기전 아빠에게 온 부재중 전화


그리곤 시간이 남아 우리 모두 공항 안에 있는 빵집으로 갔다.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 머리가 무거웠던 나는 빵도 먹지 못하고 녹차라테를 먹었다. 점점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속이 울렁거려 결국 화장실에서 먹은 것들을 게워내었다. 나는 그때 당시 감기 기운으로 인해 멀미를 한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나 빼고 모두가 내가 긴장해서 그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제 시간이 되어 공항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엄마와 포옹을 하고 언니도 안았다. 그리고 형부랑은 악수를 하고 들어갔다. 여기서부터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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