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3: Oct 20th, 2020 (8:30AM)
Gratitude: 요 며칠 수면 패턴이 틀어져서 고생이었다. 유튜브나 티비를 보다가 새벽 3-4시에나 잠들게되면 다음 날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졌다. 해가 짧아져서 새벽 7시쯤에도 아직 한 밤중인 듯 깜깜하고 본격적으로 눈이 오기 시작하면서 한껏 더 추워진 날씨도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는 것을 방해했다. 어줍잖은 완벽주의가 있어서 계획한대로 아침 시간을 보내지 못하면 오늘 하루는 망했어, 라는 생각에 (혹은 핑계로) 나머지 시간도 효율적으로 보내기가 힘들었다.
대단한 수면 장애는 아니기에 사실 하루만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다시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일이었다. 좀처럼 잡히지 않던 무른 마음의 원인은 사실 지난 주 린다의 한 마디였던 것 같다. 학기가 중반을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지쳐가는지 공부도 티칭도 다 너무 힘들다고, 지난 이틀은 너무나 생산적이지 않았다고 살짝 푸념을 했더니 그녀는 너 또 그런다! 라며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너는 너무 스스로를 채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며칠이 아니라 몇주를 쉬어도 사실 상관 없다고. 더 열심히 해야지, 매일 매일 똑같이 생산적이어야지, 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생산성을 해칠 수 있다면서 부디 편하게 생각하라고 했다.
그녀가 저런 조언을 해 줄 때마다 과연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나, 라는 의문이 가장 먼저 들지만... 그리고 그녀는 모르고 나만 아는 밀린 일들과 몇 주 안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당장 산더미이지만, 아니, 지도 교수가 쉬어도 괜찮다는데! 그녀의 말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면죄부인 양 불편한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올 때마다 적당히 모른 체 하며 며칠을 엉터리로 보내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완전히 리프레시 되어서 돌아왔냐면, 아니다. 해방감과 죄책감은 여전히 뒤섞여서 영 개운한 기분이 아니다. 이번 주 안에 그리고 다음 주까지 내야 할 페이퍼와 준비해야 할 발표, 답신해야 할 이메일, 학생들에게 보내야 할 공지사항 등등이 계속 머릿 속에 맴맴 돈다. 이렇게 깔끔하게 쉬지 못할거면 차라리 일을 하지 그랬어, 라는 미련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 목록의 10 중 2만 하면서 보냈던 지난 며칠을 지났기 때문에 어제도 눈이 아프도록 인터넷이나 하다가 늦게 잤지만 오늘은 알람 없이도 제 시간에 일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스스로의 동기 부여와 자생력을 믿고, 조금은 너그럽게, 잘 밸런스를 맞춰나가며 살아나가는게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건 너무 무른 마음이 아닌가,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라는 일말의 의심을 떨치기 힘든 것 보면, 극구 부정하고 있지만 역시 나는 린다가 이야기 한 것처럼 스스로에게 가혹한 사람이 맞는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가혹한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없을만큼 대충 살고 있는 사람인걸! 이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역시 가혹한 사람이 맞는 것 같다... 근데 아닌 것 같은데...)
Affirmation: I know that a PhD is about becoming who I am meant to be at the end of it. I expand my capacity everyday to become a resilient, determined, humble, and knowledgeable resear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