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4: Oct 21st, 2020 (8:00AM)
Gratitude: 느슨하게 보냈던 며칠 동안 밀렸던 일들을 처리하는데는 2시간 반쯤이 걸렸다. 읽고 별표시만 해 두었던 급하지 않은 메일들에 답장을 보내고, 이번주 안에 내야 할 학회 프로포절을 확인하고, 무엇보다도, 온라인 수업의 일정을 조정해서 일주일 방학을 내 주었다. 몇 주 전, 코비드로 학생이나 선생이나 모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테니 자체적으로 짧은 방학을 실시해도 좋다는 권고가 학교로부터 있었다. 그 메일을 받고도 왠지 선생으로서 너무 땡땡이 치는 것은 아닌가 라는 괜한 죄책감과, 고생해서 실라버스를 만들어놓았는데 그걸 언제 또 다 조정하나 라는 생각에 즉각 실행에 옮기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학기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나도 분명히 지쳐가고 있었고, 그래서 바로 해야 할 채점도 밀리고 있었고, 일정과 계획이 밀리고 있다는 찝찝함에 내 일을 하면서도 계속 신경에 거슬리는 몇 주를 보내면서도 말이다. 어제는 나로서는 꽤 과감한 결정을 내려서 실라버스의 일정을 조정하고, 그에 맞춰 수업 웹사이트의 이곳 저곳을 수정하고, 학생들에게 방학을 결정했다는 공지를 보냈다. (이 과정이 꽤나 복잡할 것 같아서, 방학 좀 해보겠다고 괜히 일만 가중시키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못내 들었던 것도 사실인데, 생각보다 훨씬 적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해 낼 수 있었다. 30분 투자로 일주일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니 얼마나 이득인지! 미리 걱정했던 일들은 막상 해 보면 별 거 아닐 때가 많다.) 코비드로 인한 전례 없는 학기에 우리 모두 다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좀 쉬었다 가기로 했다, 라는 메일을 쓰면서도 자기 정당화 아닌가 라는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못내 괴로웠다.
그런데 한 학생으로부터 반가운 답신이 왔다. 너무 힘든 학기였고, 엎친데 겹친 격으로 요 몇주 동안은 할 일이 너무 많아 점점 더 지치고 있었는데, 신경써주고 이해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이번 학기가 시작한 이후로 몸이 아파서 의사를 만나고 코비드 테스트를 받으러 가느라 숙제를 못했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수업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네, 이런 메일을 수도 없이 받아와서 어느 순간부터는 코비드가 그저 학생들에게 가장 정당한 핑계로 쓰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동안 한번도 군말 없이 잘 따라와주고 있다고 생각했던 학생들 중 한 명에게 저런 메일을 받고 나니 이번 학기가 정말 힘든 건 맞구나, 방학이 정말 필요했던 것이 맞았구나 라고 확인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참 반갑고 고마웠다. 하마터면 학생에게 "그래! 이게 바로 내가 듣고 싶은 말이었어!" 라고 진심을 담아 답장을 할 뻔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예전과 다른 생활이 시작된지도 거의 8개월이 되어간다. 이제는 삶이 바뀌었다고, 비정상적인 삶의 패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하기도 새삼스러울만큼, 이쯤되면 그야말로 new normal에 적응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지금의 상황은 힘든 것이 맞다. 삶에 여러가지 제약이 걸려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며 배워야 할 기회들을 놓치고 있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외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누군가는 건강상의, 경제적인, 사회적인 여러 요인들로 인해 더 힘들게 이 시기를 겪어내고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스스로에게 친절하고 관대하게 대해야 할 시기야, 라는 격려를 안녕? 하는 것만큼이나 매일 같이 주고 받고 있으면서도, 아니, 인사하는 것만큼이나 너무 흔하게 주고 받는 말이 되어서 오히려 그 말의 중요성을 어느새 잊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쉬어갈 수 있는 것은 쉬어가는 것이 맞다. 스트레스 관리만으로도 나의 모든 체력과 능력을 발휘하기는 힘든 시기이고, 그렇게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 낼 수 없다면 우선 순위를 매기고 요령껏 나의 힘을 잘 배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더 중요한 일들을 꿋꿋하고 꾸준하게 해 나가기 위해서. 힘들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할 수 있는 일을 집중해서 하자. 무언가를 꾸준히 해 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 그리고 아주 조금씩이라도 해 내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Affirmation: I write from 9AM to 12PM, no matter 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