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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썬맨 Oct 28. 2016

#세계여행 이후의 삶, 저희는 명함을 만들었어요.

어린 시절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아내의 유일한 취미는 노트에 끄적끄적 그림 그리기. 노트 속 이야기들은 외로운 아내의 마음에 위로를 주고 상상력을 주는 친구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대학을 진학하고, 그토록 원하는 미술(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아내는 어릴 적 꿈처럼 화가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것은 여전히 아내의 취미이자, 친구이자,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가시화시켜주는 도구가 되어 우리의 삶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적용해가는 아내의 용기를 응원하며.


글 : 남편 썬맨




#히어로캐릭터


우리가 만든 회사 이름은 엉뚱새스쿨앤 상담소이다. 원래는 엉뚱새(자기만의 방법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창의적인 새)라는 네이밍에 맞게 새를 활용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희의 끝에(회사인데 부부 회의임ㅎ 이 시간엔 집안일 얘기는 하지 않도록) 히어로 이미지를 활용하여 이미지를 만들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에 나눠줄 에너지가 넘치는 슈퍼히어로로! (나의 개인적 취향이 반영됨)


첫 번째로 슈퍼맨 버전 완성.


같은 콘셉트 하에 여러버전의 명함을 만들 생각인데, 아이언맨, 헐크, 데드폴, 울버린 등등 앞으로 만들고 싶은 히어로 이미지가 많다. 현재 우리의 모습이 그런 것 같다. 때론 여행자로, 자유학기제 강사로, 교육 기획자로, 칼럼니스트로 여러 가지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히어로라는 아이덴티티 안에서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버전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그림은 아내가 그려야 하기 때문에 내가 잘해야 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설거지, 청소기 돌리기, 빨래 돌리기 등 박차를 가하자!!)


우리는 모두 히어로가 될 수 있다. 세상을 다 지키진 않아도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무언가를 위해서, 내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소중한 내 인생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 가슴속에 있는 S를 꺼내보자. 





#명함을 만들었어요 (부제 : 왜 명함에 두 명이 들어가 있죠?)


"생각해보자. 왜 명함엔 꼭 한 명만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하지?"


엉뚱새스쿨앤상담소는 현재 아내와 나 두 명이 전부인 회사이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걸 좋아하는 우리이기 때문인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한 장의 명함에 두 사람의 이름을 함께 넣었다. (그럼 직원이 생기면 설마 한 장에 세명을??? 은 아마 아니지 싶다.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미래의 직원분은 안심하세요.)


맞다. 명함은 그 사람의 얼굴이기도 하기 때문에 한 장의 명함 안에 본인의 프로필과 아이덴티티가 들어가게 된다. 아내와 내가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이미지는 하나같은 두 사람이라는 케미 좋은 부부의 모습. 좀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명함 안에서도 떨어지기 싫었던 건지 함께 들어있다. 


사실 만남과 대화 속에 첫인상을 가졌다면, 그 인상을 이미지와 정보로 간직하는데 중요한 게 명함인 것 같다. 그럼 이왕이면 독특하고 유쾌한 인상을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 버전별 명함을 모으는 재미를 주고 싶다. 별건 아니지만 '부부가 같이 참 재밌게 사는구나.' '작은 부분까지 의미를 잘 부여하는구나.' 등의 이미지를 준다면 성 공 적! 아닌가? 하하. 




#스마트폰으로 그렸어요


2012년 12월, 결혼 직전까지 2G 폰을 쓰는 아내를 위해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사주었다. 그때 구입한 게 최신형 갤럭시노트2. 


노트를 산 이유는 당연히 노트 기능이 되기 때문. 뭐랄까 디지털을 넘어서 스마트 시대로 아내를 견인하고픈 이유도 있었지만, 더 쉽게 재미있게 그림 그리기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 암튼, 노트2 구매 후 아내는 틈만 나면 펜을 들고 끄적끄적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표현해갔다. 



오, 그러고 보니 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거잖아? (잘했어. 잘했어! 스스로 토닥토닥)



아내의 노트2는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물론 노트 기능으로 말이다. 

예를 들면 꿈 프로젝트로 만난 친구들의 꿈이 이루어진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 선물해 주었다. (그린 친구들보다 그릴 친구들이 더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ㅎ 계속 완성해 가지 않을까?)



세계여행을 하면서 아내의 그림 그리기가 멈췄던 적이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휴대폰을 도둑맞아 버렸기 때문이다. 노트2가 없어진 건 괜찮지만 틈틈이 그려왔던 그림들, 사진, 글들이 다 사라져 버려서 얼마나 상심에 빠져 있었던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모든 콘텐츠는 클라우드에 백업이 필수임을 느낌)



태국에는 용산전자상가 같은 곳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넘어온 중고 스마트 디바이스를 싸게 거래하는 곳이 있었다. 태국에 머물 때 집 근처에 이곳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무려 일주일간의 방문과 협상 끝에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패드 Mini3을 구입했다. 그리고 터치감이 좋은 펜슬까지.


이후, 감동과 함께 노트2를 잃어버리고 멈춰있던 아내의 그림 그리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아내의 행복을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관심 가지는 내가 되고 싶다.

(나이 들면 안 할 수도 있으니깐 젊을 때 미리 습관을!!)




#어제와오늘의공존


세계를 여행하며 사람들의 꿈을 상담하고 응원하는 여행을 할 때의 명함과, 한국에 와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진로교육회사의 명함을 함께 놓고 보았다. 음 뭔가 묘한 뿌듯함과 뭉클함이 느껴진다.


우리의 오늘은 어제로부터 왔다. 꿈 프로젝트 세계일주가 없었다면 엉뚱새스쿨앤상담소도 없었을 것 같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시 한쪽 문이 열린다고 했다. 아내와 나는 고민했다. 한국사회에 돌아와서도 비영리 프로젝트인 꿈프로젝트 여행을 계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는데 어떡하면 좋을까. 그래서 내린 결론이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자생력을 갖추고, 이 일로 꿈프로젝트 여행을 지속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만나 응원하는 일을 계속하자. 



  "비영리를 돕는 영리 사업."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한 분들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만들어 갈 것이며, 시간을 구별해서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되지 않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직접 찾아 나설 것이다.


어제는 오늘을 만들었지만, 오늘은 어제와 공존한다.

꿈프로젝트로 스쿨앤상담소가 되었지만, 스쿨앤상담소로 인해 꿈프로젝트는 생명력을 잃지 않고 공존한다.


이것이 아내와 내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의 균형이다.


지금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사회라는 프레임 속에서 우리가 지난 2년간 누리고 느꼈던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맞추어 간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직장을 들어가서 조직생활을 해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일 또한 난관이 많은 것 같다. 아니 뭐 사실 여행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렵다 생각하면 어렵지 않은 일이 없는 거니깐. 



아내와 나는 여전히 꿈을 꾼다.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다시 배낭을 메고, 카메라를 들고, 보드판을 들고 나서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러면 불끈 힘이 샘솟는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비상식적인 일반인이 대한민국을 뒤흔든 이야기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란스럽다. 생각만 해도 화가 나고 분한 마음이 든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음... 그래도... 꿈을 잃고 싶지는 않다. 우리들의 일상과 감정에 적잖은 영향을 주는 그들의 막장인생이지만, 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함께 살더라도 그들은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 행복을 챙겨두고 싶다. 꿋꿋이 지켜내고 싶다.



그리고 그 가치를 마음 맞는 이들과 나누며 살고 싶다.

어차피 우리는 인생이란 아름다운 시간여행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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