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를 사러 나왔다.
마트를 들어갈려는데 이런저런 생각 끝에 결국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조금 전 스쳐지나 온 야채파는 아줌마가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옛날이었다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마트를 들어갔을 것 같다. 왜냐면 나는 좋은 상추만 사면 되니깐. 음... 근데 왜... 아휴 자꾸 차가운 땅바닥에 아무것도 없이 앉아있는 아줌마의 모습이 생각나는 걸까.
마트에 파는 상추가 분명 더 깨끗해 보였다.
마트에 파는 상추가 분명 더 싱싱해 보였다.
여행은 우리에게 달라진 세상을 주지는 않았지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준 것 같다.
제품을 봐야 하는데 배경을 더 보게 된다. 내 마음이 그런 걸 어떡하나. 얼마 안 되는 소비지만 큰 마트보다는 저 아주머니의 상추를 사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덜 싱싱한 상추 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줌마가 고맙다고 자잘하게 생긴 다른 종류의 상추를 한 움큼 쥐어 봉투에 쑤셔 넣으셨다.
"아이고 아줌마 괜찮습니다~"
"아이다. 이것도 무봐라. 이 상추도 맛있데이~"
그래,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지.
가진 자들이 막장 드라마로 만들어놓은 세상 이야기로 많은 국민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돈과 권력이 전부인 그들은 인생은 절대 맛볼 수 없는 온정을... 묵은지같이 잘 묵은 인생의 참맛을 많이 느끼면서 살고 싶다.
우린 나름 공정여행을 하려고 애썼다.
유명 체인호텔이나 글로벌 기업 제품,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우리가 쓰는 경비가 현지에 조금이라도 도움될 수 있도록 재래시장을 가서 직접 식재료를 사거나, 현지인들이 먹는 로컬푸드를 소비하며 여행을 했다.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뭔가 멋있는 척하는 느낌이 든다.
공정여행으로 이대로 끝내긴 뭔가 아쉽다는 생각, 공정 일상으로 마음을 계속 이어가면 좋겠다. 하하
세상의 빛을 가리고 어둠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작은 귀퉁이에서 밝은 세상을 만들려고 애쓰는 이들 또한 있음을 그분은 아실 거라 믿는다.
어둠 속에서 빛은 더 밝게 빛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