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에서 제자리로
마지막 학자금 대출을 상환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 순간의 후련함과 뿌듯함은 생애 처음으로 적금을 넣고 1,000만 원을 모았을 때보다 컸던 것 같다.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에서 0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인데도 그렇게 기뻤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저금이 쌓이는 것보다 대출금이 깎여가는 것의 기쁨이 더 크다니. 아마 과정 속에서 작은 성취감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결혼 10년 차를 맞이한 지금 아내와 나의 마음은 몇 년간 급격한 마이너스 상태였다. 때론 이 마음들이 버거워 다툼이 될 때도 있었지만,
음 굳이 좋은 점을 찾자면 서로를 더 위해주고 생각해주는 게 어떤 건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빠 숨이 잘 안 쉬어져” 하며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볼 땐 마음이 참 슬프고 무력감이 들고 힘들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 조금씩 펜을 들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고, 가끔은 아이디어를 말하며 웃는 모습을 보며 난 한없는 기쁨과 감사를 느낀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분명 지금은 마이너스다.
마이너스에서 0으로 향해 여행하고 있지만
이 여행길이 싫지 않은 건
학자금 대출을 값아 나갈 때처럼 작은 희망을 보고, 소소한 일상의 웃음거리가 힘을 주기 때문이다.
순탄하고 좋기만 했으면 결코 볼 수 없었을 인생의 한 순간을 함께라는 이름으로 이겨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픔을 통해서 우리는 인생을 배우고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거겠지.
그래서 우리는 세계여행에 이어 지금은 마이너스에서 0으로 향하는 여행 중이다.
그럼 이다음은? 글쎄 다음은 무슨 여행일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목적지가 0 이니깐 그것만 생각할 거다. 그리고 지금의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다 해볼 생각이다.
이건 상당히 고생스럽고, 시간도 마음도 많이 쓰는 비싼 여행이니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