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는 무슨 일을 하든
결국 남는 게 있는지부터 따지던 사람이었다.
이게 어디로 이어질지,
설명할 수 있는 결과가 생길지.
분명하지 않으면
괜히 시작하기가 망설여졌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도 그랬다.
좋아하긴 했지만 오래 붙잡지는 않았다.
시간을 들인 만큼 남는 게 없다고 느끼면
그만해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를 보내는 기준이 단순해졌다.
무언가를 해냈는지, 그렇지 못했는지.
아무 일도 남지 않은 날에는
괜히 하루를 허투루 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시 손을 쓰기 시작한 건
대단한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가 너무 빠르게 흘러가 버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은
이상하게도 나를 현재에 붙잡아 두었다.
그 시간에는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굳이 생각하지 않게 된다.
지금 이 동작 하나에 집중하게 되고,
그게 생각보다 편안했다.
조금씩 알게 됐다.
모든 시간이 결과로 증명될 필요는 없다는 걸.
아무것도 완성하지 않았는데도
그 시간 덕분에 하루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야 깨닫는 날들이 있었다.
이제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예전만큼 결과를 먼저 묻지 않는다.
어디까지 갈지 몰라도
일단 이 시간을 지나 보자는 쪽에 가깝다.
과정에 머무는 일도
나에게는 충분한 선택이라는 걸
조금씩 믿어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