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퍼즐을 맞추는 시간

왜 우리는 끝나지 않은 퍼즐 앞에서 자꾸 앉게 될까

by 신선

새벽 두 시가 넘었는데도 나는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도, 급한 일을 마무리한 것도 아니다. 퍼즐 조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맞춰지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 흐름을 깨고 잠을 자러 갈 수가 없었다.

책상 위에는 거의 완성에 가까운 퍼즐이 놓여 있다. 조용한 집 안에서 들리는 건 조각이 맞물릴 때 나는 아주 작은 소리뿐이었다.


설 연휴가 시작되면서 나는 이상하게 퍼즐이 하고 싶어졌다.
부모님도 찾아뵐 예정이었고, 쉬는 김에 푹 쉬면 될 일이었지만 굳이 퍼즐 상자를 꺼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나는 오래전부터 ‘큰 성취’보다 ‘작은 완성’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누군가는 퍼즐을 어린 시절 취미라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년 전, 코로나로 2주 동안 집에 머물며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시작한 1000피스 퍼즐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때는 하나의 퍼즐을 완성하는 데 꼬박 2주가 걸렸다.

몇 작품을 더 맞추고 나니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처음에는 막막했던 조각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퍼즐 실력이 늘었다기보다, 기다리는 법을 조금 배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설 연휴에도 그랬다.
한 조각을 맞추고 나니 다음 조각이 궁금해졌고, 다음 장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나에게 새벽 두 시는 낯선 시간이다.
다음 날 몸의 균형이 조금 흐트러져 하루쯤 고생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마저 싫지 않았다.
맞출 듯 말 듯 남아 있는 한 조각이 나를 다시 의자에 앉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퍼즐을 맞추는 순서는 늘 비슷하다.
먼저 테두리를 맞춘다. 전체의 경계를 세우는 일이다.
그다음에는 형태가 분명한 부분을 찾아간다. 색이 선명하고 그림이 또렷한 곳은 비교적 쉽게 자리를 찾는다.

문제는 마지막이다. 하늘이나 물처럼 비슷한 색이 끝없이 이어지는 부분. 어디에 놓아도 맞는 것 같고, 동시에 틀린 것 같은 조각들.

이 단계에 이르면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다.
조금 지루해지고,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퍼즐은 결국 그 구간을 지나야만 완성된다.


돌이켜 보면 인생도 비슷하다.

우리는 방향이 분명할 때는 빠르게 나아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어디로 가는지 잘 보이지 않는 시간이 찾아온다.

노력은 하고 있는데 결과는 보이지 않는 시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는 시간.

어쩌면 우리는 그때, 맞지 않는 조각을 계속 들고 있는 기분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고,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남들은 이미 그림을 완성해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퍼즐을 오래 맞추다 보면 알게 된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조각이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자리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을.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흐름이 온다.
색감이 이어지고, 모양이 연결되고, 갑자기 속도가 붙는다. 조금 전까지 막막했던 퍼즐이 거짓말처럼 채워진다.


아마도 내가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던 이유는 그것이었을 것이다.

지금 맞춰지고 있는 것이 단순한 종이 조각이 아니라, 어딘가 내 삶의 한 장면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큰 그림을 먼저 보고 싶어 하지만, 삶은 언제나 작은 조각부터 건네준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대부분, 맞추고 나서야 왜 필요했는지 이해된다.


새벽 공기가 조금 차가워졌을 즈음, 마지막 조각이 자리를 찾았다.
완성된 그림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이 났다.

결국 인생도 퍼즐과 같아서,
맞추고 있는 동안에는 몰라도, 끝나고 나면 모두 이유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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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mar, Elzas, France. 1000피스 퍼즐 맞추기 2026.02.14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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