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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Oct 23. 2023

20년 만에 보고픈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소식이 끊어졌던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저에겐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1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그 뒤로 그 친구는 문과로 가고 저는 이과였지만 우린 잘 통했고 사이좋게 지낸 친구가 있었죠. 입학식날  1학년 교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 친구는 나에게 “혹시 집이 ㅇㅇ 여중 근처가 아닌가?”하고 물었고 나는 “어떻게 알았어? 어... 그럼 혹시 ㅇㅇ 여중 나왔니? 학교 다니면서 나를 봤어?” 하면서 속사포를 쏘듯 다시 물었고 그 친구가 그렇다고 대답했지요. 키가 큰 꺽다리를 어떻게 모르겠냐면서 놀렸지요. 그러면서 사실은 자기랑 같은 학년일까? 궁금했었다고, 중학교 교복은 알겠는데, 학년이 궁금했고 이렇게 고등학교 와서 같은 반에서 짝으로 만나 무지 반갑다고도 했지요. 그렇게 우리는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저는 중학교 1학 때 그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전학은 자신이 없어서  먼 학교를 버스를 타고 다녔지요. 그렇게 그들과 반대로 저는 아침에 내려가고 저녁에 올라가는 등하굣길에, 저를 본 모양이었어요. 그렇게 꿈 많던 여고시절을 같이 울고 웃으며 지냈고, 2, 3학년 반은 달랐지만 늘 학교매점에서 자주 만났고, 학교 마치고 같이 군것질도 많이 하던 친구 었지요. 대학도 그 친구는 여대를 갔고 저는 남녀공학을 다녔지만, 자주 만나고 서로의 고민도 나누며 단짝으로 잘 지냈답니다.


그러다가 제가 먼저 결혼을 하고 공부하던 남편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되었죠. 몇 년의 공백기를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만났는데 아직도 친구는 결혼 전이라 했어요. 그래서 미국서 알게 된 지인분을 소개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빠른 시간 안에 결혼하고  이번엔 친구가 미국으로 갔습니다. 연락을 가끔 하면서 지냈기 때문에, 제 큰딸이 초등 5학년 때 LA로 학교캠프를 가게 되었고, 마침 친구도 거기서 멀지 않다면서 절 본 듯이 디즈니랜드에 가서 딸을 만나주었지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서로의 삶들이 녹녹지 않은 시간들이 지나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서로 연락이 끊기게 되었지요. 그리고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고 가끔은 그 친구가 생각나는데 SNS를 통해서도, 예전 살던 집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지요. 가끔 생각이 날 땐 너무 답답했지만 일상사가 바빠지면 또 잊어버리고 지내게 되었죠.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페이스북도 하고 인스타도 하면서 친구추가 들어오는지 보기도 했지요.


며칠 전입니다. 그날 새벽에 까치가 아주 신나게 울었어요. 무슨 반가운 소식이라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저녁 합창수업 갈 때까지 아무런 일이 없었어요. 저는 목요일마다  합창수업을 다니는데 그날 방학을 한다고 했어요.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과 차라도 한 잔 하고 헤어지자면서 근처 카페로 갔지요. 자리가 별로 없을 정도로 복잡했고 우리는 문 근처에 자리하고 수다를 떨고 있었지요. 그때 누가 화장실 방향으로 지나가는데 저는 한눈에, 그분이 제가 보고 싶어 하는 친구의 언니인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순간 그때 이게 까치의 소식 인가 하면서 얼른 뒤따라갔지요. 순간 만감이 교차하는데, 제가 사람들과 등을 지고 앉을 수도 있었는데, 자리를 바꿔 앉아서 지나가는 그 언니를 볼 수 있었구나 하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근 40년이나 지났는데 첫눈에 그 언니를 알아본 제가 놀랍기도 했지요. 그 친구 이름이 혜정이었는데,  얼른 따라가서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그분에게.. ” 저 혹시 혜정이 언니 아니신지요?”라고 물었더니 그분의 대답이 더 놀라웠어요. “그럼 네가 미희니?” 하십니다.  세상에나 어떻게 이름까지 기억하세요?라고 여쭈었더니 그게 아니고, 작년에 친구가 미국서 나와 두 사람이 저를 한참 찾았답니다. 그래서 이름을 기억하고 계셨죠. 지금 어디 있냐고? 카톡으로 연결을 부탁드리고 제 번호를 드리고 집에 왔지요. 밤이 깊어서야 미국에선 아침이 되니까요.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서 그 친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요. 예전이나 목소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말투며 모든 것이 너무 익숙했습니다. 마치 어제 본 듯이 우린 이야기를 했고, 네가 만났던 내 딸이 지금 미국에 직장일로 나가있고 며칠 안으로 내가 들어간다며 딱 기다리라 했지요. 그러면서 사는 곳을 묻고 또 놀랐지요. 세상에나 우리 아이가 있는 곳에서 30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살고 있더라고요. 작년에도 다녀왔었는데… 이럴 수가…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제가 이번엔 미국 들어가기 전에 알았으니 만날 수 있어서,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었지요. 안타까운 옛일들은 다 잊고 그 친구 만나러 갈 생각에 많이 들떠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전화를 하면서 자기가 공항에 나오겠다고 합니다. 그냥 집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빨리 보고 싶다며 공항으로 오겠다 합니다. 이런 시간이 있다니! 정말 기대도 못 한 일이 이렇게 펼쳐지니, 정말 만날 인연은 어떻게라도 만나지나 봅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 관계로, 사진을 보면서 얘기 나누고 실물 영접은 만나서 하자고 했죠! 그러면서 환갑에 이런 멋진 일이 생기다니, 우리 큰 선물 받았다면서, 더 나이 들기 전에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면서.. 우리 둘 다 곱게 나이 들었기를 바라며, 진작 관리도 좀 할 것을 하고 늦은 후회도 해 봅니다. 하지만 그것도 천성이죠. 하루아침에 바뀌나요?  친구인데도 이렇게 반갑고 설레는데, 헤어진 가족들을 기적적으로 만 나신분들은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그런 일들이 많이 생기길하는 기도도 저절로 나옵니다.


가방 챙기면서 반찬을 뭘 좀 해가지? 하면서 맘만 급하네요. 딸아이는 엄마가 힘들까 봐 아무것도 해 오지 말라고 했지요. 그건 또 친구 만나기 전이었고, 만나면 같이 식사도 하고 싶었어요. 외국생활을 오래 했으니 한국 김치 종류가 젤 그립겠다 싶어 열무김치, 총각김치, 고구마순 김치, 깻잎김치등 김치종류와  묵가루도 준비했어요. 며칠 있으면 만나러 가는데 계속 설레고 보고 싶습니다. 친구가 이래서 좋은가 봐요. 혹시 보고픈 친구가 있으신가요? 연락이 안 되는 친구가 있으신가요? 그리워해 보세요. 언젠가 우연히 만나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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