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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Mar 16. 2024

텃밭은 처음이지?

텃밭 가꾸기 해 보실래요?

  아버님께서는 정말 부지런히 집과 밭을 오가면서 멋진 텃밭을 만드셨다. 이른 봄부터 땅을 한번 일구시고 만들어두신 퇴비를 뿌리고 땅을 가꾸기 시작하면 갖가지 봄나물을 먼저 심으셨다. 예를 들면 방풍, 머위, 참나물, 돌나물, 미나리 등이다. 신기하게도 한번 심어두면 매년 언 땅을 뚫고 올라온다. 겨우내 덮어두었던 나뭇가지들이나 풀 뽑은 것들 아래에서 새파랗게 올라온다. 그 모습이 정말 젤로 이쁘고 감동이다.


  그러다 4월이 오면 모종을 사서  심는데 주로 고추, 오이, 가지, 토마토, 등을 심고, 호박과 파, 상추는 씨앗을 파종하셨다. 워낙 깔끔하셔서 주변정리도 깨끗하게 해 두시고 텃밭을 만드셨다. 그렇게 심어두신 것을 따 먹다 보면 여름이지 나갈 무렵, 다시 아버님은 겨울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으셨다. 어찌나 정성을 다하시는지 배추벌레는 손으로 다 잡으셨다. 농약을 안 줘서 키우니 벌레들이 많았다. 퇴비도 직접 만드셨으니 땅을 조금만 뒤집어도 지렁이가 막 나와서 나는 소리를 지르며 밭을 뛰어다녔다. 그렇게 가끔씩 가서 아버님께서 만들어놓으신 텃밭에서 채소를 가져와 반찬을 만들곤 했다.


  어느 날 이제는 밭에 가는 것이 힘이 든다고 하셔서 얼떨결에 내가 맡게 되었다. 남편은 “나는 절대  안 한다, 당신도 못 하겠으면 미리 못한다고 말씀드려”라고 하며 텃밭을 정리하자고 했다. 나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밭일을 잘 모르지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풀인지 나물인지도 모르고 뽑아내기도 하고,  다시 금방 올라오는 애들을 보며 한숨도 나왔지만, 그래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나는 어떻게 라도 해야 했다. 다행히 이모님이 가끔 도와주어서 어려움을 이겨내기도 했고, 또 본인이 농사는 지어보진 않았지만 엄마가 하시던 일을 지켜본 친구가 가끔 도와준다. 자기도 어릴 땐 엄마 따라다니기가 참 싫었는데, 지금은 너무 재미난다면서, 일은 나보다 더 잘한다.


  그렇게 우선 모양만 텃밭을 유지하고 있다. 나물을 시장에 팔 것도 아니고 식구들과 지인 들과 나눠먹을 정도로 하니 크게 부담이 없다. 그리고 약 치치 않고 무공해로 먹는 다 생각하니 밑천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 잘 되면 감사하고 안되면 그러려니 하고 지낸다. 그러다 보니 밭에 가는 일이 즐겁고 시원한 공기와  함께 놀러 오는 직박구리와 오색 딱따구리 딱새등의 새소리 듣고 일하는 것이 재미가 있다. 

 더 좋은 것은 채소가 자라면서 수확물을 주는 것이다. 고추, 상추, 파, 부추, 가지, 오이 등 조금씩은 다 심어서  커 가는 기쁨을 얻는다. 봄이면 심지 않아도 올라와주는 봄나물이 그리 감사할 수가 없다. 아버님께서 심어둔 것이 해마다 더 번져서 올라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쌉쌉쌀한 그 맛이 입맛을 돋워주고 건강에도 당연히 좋다.


  신기한 것은 채소들도 나도 조금씩 적응해 간다는 것이다. 뭐든 처음부터 다 되는 것은 없다. 하다 보면 되고 시간이 지나면 뭔가 남는 것이 있다. 그러니 아주 조금이라도 내 가족들이 먹을 채소를 키워보겠다는 소망을 가져보길 바란다. 텃밭이 쉽지 않다면 아파트베란다에 스티로폼 상자로 상추 고추등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누구나 처음부터 시작한다. 세상에 모든 일은 다 초보로 시작하지 않는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누가 텃밭을 가꾼다고 하면 묻고 배운다. 그리고 나도 알려줄 것이 있으면 알려주고 수확물이 나오면 나눔 한다. 안타까운 것이 자녀들이 멀리 있고 자매들도 대구에 아무도 없어서 가끔 택배를 보낸다. 아마도 봄나물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방풍과 머위와 엄나물 참나물이 올라오고 있으니 잘 키워서 나눠 먹어야지. 약을 안치고 바로 따서 먹을 수 있는 장점을 기억하는 것이 텃밭을 해볼 용기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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