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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미유 Jul 25. 2024

나균안과 이인복의 워크에식에 대하여

자, 다음과 같은 성적을 찍고 있는 두 투수가 있는데 당신이 감독이라면 경기에 투입시킬 것인가? 

상식적인 선에서 보자면 당연히 안 쓰는 게 맞다. 참고로 이 둘은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나균안과 이인복의 성적표다. 이 둘은 얼마 전 호되게 난타당한 후 2군에 내려가 있는 상태로 당분간은 1군 콜업이 요원해 보인다. 김태형 감독을 영입해 야심차게 출발했던 롯데의 2024 시즌은 올해도 포스트시즌과 멀어지고 있는데 선발의 한 축을 맡아줘야 할 두 선수의 부진은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조짐이었다. 시즌 전부터 나균안은 사생활 문제로 구설수에 올라 멘탈이 불안정한 상태였고 이인복은 부상으로 전반기 대부분을 출전하지 못했다. 

     

사건이 벌어진 건 소위 6.25 대첩이라 불리는 기아와의 15:15 무승부 경기를 앞둔 전날 밤. 다음 날 선발로 내정된 나균안이 이인복과 함께 새벽까지 술집에서 술을 먹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롯데 측 여론이 점화되었다. 경기 당일 나균안은 2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8실점으로 강판되었고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홈팬들은 야유의 함성을 보냈다. 아무리 선수가 못해도 홈구장에서 자 팀 선수에게 야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인데 이는 나균안의 워크에식 실종에 대한 팬들의 응집된 분노가 표출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시선을 받던 선수가 경기 전날 술을 마시고 게임까지 망치니 어련하겠는가. 그날 경기가 워낙 극적으로 전개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묻히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6.25 대첩의 시발점은 바로 나균안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이인복은 오랜만에 삼성전의 선발 투수로 나섰다. 전날의 짜릿한 승리로 팀 분위기는 상승 중이고 타자들은 1회부터 3점을 뽑아줬지만 이인복은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3이닝 7실점을 안고 강판되었다. 당연히 이날 경기는 대패했고 경기 종료 후 김태형 감독은 “아예 준비를 안 하고 올라온 거 같다” 는 실망감이 가득 담긴 멘트를 쳤다. 일차적으로는 준비 안 된 선수를 올린 코칭스태프의 잘못이지만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한 이인복 본인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음주 사건으로 나균안과 엮여 미운 털이 박힌 상태라 팬들은 더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냉정히 따져볼 때 이들의 행적이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라는 건 증명할 수 없다. 나균안의 올 시즌 상태를 보면 그날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기아 타선에 얻어맞았을 확률이 크다. 이인복 역시 나름 준비를 했어도 부상 후 떨어진 구위를 생각하면 호투의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로 증명하는 프로의 세계에서도 과정은 중요하다. 결과 역시 과정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당장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잘못된 과정들이 쌓이다 보면 내재된 바이러스처럼 언제든 작동해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들은 프로 선수로서 워크에식이 결여된 행동을 했고 결과 역시 나빴다. 본인들로 인해 팀 분위기가 흐려지고 상승세를 타야 할 시기에 불펜 과부하를 가져와 동료들에게 피해를 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들이 더 안타까운 건 작년까지 롯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라는 점이다. 나균안은 개명과 투수 전향 후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어려울 때마다 등판하며 팀에 큰 힘을 보탰다. 포수 시절 마음고생을 많이 했지만 작년 국대 선발에 군 면제도 받아 앞으로 꽃길만 열릴 거라 기대하며 응원했다. 이인복은 입단 후 별로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지만 2022년 선발 자리를  당당히 꿰차며 롯데 마운드의 핵심이 되었다. 대졸 출신이라 나이도 많고 늦게 빛을 봐서 그런지 나는 진심으로 그가 잘되기를 바랐다. 물론 둘 다 올 시즌 야구가 뜻대로 안 되다 보니 스스로 속상하고 답답했을 것이다. 일반 회사원이라면 동료들과 술 먹으면서 털어버릴 수도 있지만 몸 관리가 생명인 야구선수, 그것도 다음날 선발로 내정된 선수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그날의 술자리를 누가 주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술을 마신 나균안이나 선배로서 말리지는 못할망정 동참한 이인복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이 불가능하다.

포수 나종덕의 성적은 쉴드가 불가능하지만 10년 넘게 일한 뛰어난 상사의 자리를 신입한테 메우라는 건 지나치게 가혹했다. 그것도 경험치가 가장 많이 필요한 포수 자리를 말이다.

      

ERA 4.19, 9승9패가 외형적으로는 뛰어나지 않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라운드 볼 유도 피칭을 하는 그가 화약고 같은 롯데 내야진을 안고 거둔 성적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롯데는 올 시즌도 사실상 포스트 시즌이 좌절될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성난 민심은 이해가지만 그렇다고 마녀사냥 하듯 이들에게 과도한 비난을 떠넘기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프로 선수로서의 워크에식에 대해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아직 젊고 어깨가 싱싱한 나균안은 멘탈 관리만 잘 되면 내년에 당장 선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인복인데 현재 나이나 구위로 봐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선수생활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애정이 있던 선수들인 만큼 부디 내년엔 각성해서 좋았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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