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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Feb 19. 2016

사랑에 관하여

고슴도치가 배운 사랑이야기


사랑도 다양한 종류가 있으니 내가 다룰 의미는 어쩌면 생각보다 크고 넓은 의미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의미들과 별개가 아니라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기에 특별히 거창할 것도 없다. 그냥 고슴도치를 닮은 나의 사랑에 관한 주관적인 생각을 담아보려고 한다.




외로운 고슴도치


나는 인복이 많다. 같은 사람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 또는 그녀와 함께 하는 것에 불편함을 호소할 때 나는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어쩌면 시각 차이겠지만, 어쨌든 나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몰랐다. 스스로를 참 보잘 것 없고 미움받아 마땅한 존재로 여겼기 때문에 누군가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것 또한 믿기 힘든 일이었다. 누구든지 이런 나에 대해서 알고 나면, 나를 싫어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내가 사랑이 무엇인지나 알았겠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는커녕 비틀어진 이 부정적인 믿음이 사랑을 줘도 받지 못하고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상처 입히고 말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사랑?
나는 잘 모르겠어.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내 가시에 찔리면 그런 말은 쏙 들어갈 걸?
어디 한 번 찔려볼래?


가시를 잔뜩 가진 고슴도치가 외로워지는 일은 참 쉽다. 나를 숨긴 채 한껏 가시를 자랑하고 나면 누가 함께 하려고 하겠나. 다가왔다가 떠나는 사람도 많았다. 어차피 내 곁을 떠날 것이라면 헛된 믿음을 갖게 하지 말고 빨리 떠났으면 싶었다. 나는 그렇게 내 믿음을 증명했다.


위대한 사랑의 힘


인복이 많다는 것은 그렇게 모난 내 모습을 알고도 내 믿음이 그릇된 것임을 증명하듯 내 옆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꺼낸 말이다. 가시로 찌르기가 유일한 특기였던 나도 운 좋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


괜찮아.
아프긴 하지만 네 본심이 아니란 것도 알아.
너를 떠나지 않을 거니까 두려워하지 마.
너는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야.
사랑해.


사랑의 힘은 내가 가진 날카로운 가시도 힘을 못쓰게 할 정도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래서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함함하다 한다 했던가. 사랑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날카로운 어떤 존재도 함함하게 느끼고 품어줄 수 있는 위대한 것이다.


사랑받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했던 내가 사랑받는 느낌 덕분에 변했다. 나를 사랑할 줄 알게 됐다. 아, 사랑은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기보다는 그냥 '하는 것'이구나. 사랑하니까 행복해졌다. 더 이상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사랑하면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가 더 이상 나와 함께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떠나 주는 것도 사랑이듯이.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변하고 상황이 변한다. 그것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슬프고 힘이 든다.


아름다운 행복의 마법


나는 이별이라는 것을 경험한 후에 박정현의 <위태로운 이야기>를 더 좋아하게 됐다. 사랑이란 헤어짐을 향한 막연한 항해라는 표현이 절묘하다. 그렇게 슬픈 노랫말에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멜로디를 붙일 수 있는지. 사랑은 그런 것 같다. 슬프지만, 슬프게도 아름답다.


박정현의 <달아요>에서는 온 세상이 날 바보라고 놀려도 좋다는 노랫말도 나온다. 그래, 사랑은 그런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노래했듯 사랑은 달달하디 달달하고 좋은 것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헤어짐을 향한 막연한 항해일지언정 사랑은 달콤하다.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경험을 해본 적 있다. 전에 같으면 화가 났을 일에도 웃고 있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세상이 원래 이렇게 아름다웠었나..?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그때 사랑을 하면 눈에 콩깍지가 쓰이는 게 아니라 있던 콩깍지가 벗겨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진정한 사랑이야 말로 변하지 않는 진리일지도. 원래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게 하는 행복의 마법이랄까?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도 알려주듯 사람에게는 사랑이 있으며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사랑하며 살기


사랑할 줄 아는 나는 두려울 게 없다. 사랑하기 때문에 용기가 나온다.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함께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고맙고 서운한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나는 나니까,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려고 모난 나를 감추거나 꾸미려 애쓰지 않는다.


머리로는 바람과 기대 없이 그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어도 집착과 자존심, 그리고 피해의식이라는 이름의 가시들이 남아있었는데, 무엇보다 이제는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내 가시를 몽땅 뽑아버릴 용기가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 아닌 누군가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존재에 대하여 편협한 내 기준과 잣대로 판단하고 미워하고 상처 입히는 방법밖에 몰랐었는데.


나의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이제는 좀 잘해야지. 부족하기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사랑하고 완벽하지 않은 모든 순간을 사랑하며 내가 받아온 사랑을 세상에 내어놓고 베풀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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