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도 괜찮아
아주 작은 성취 - 오랜만의 긍정적인 하루
낭군님 시절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엑소 디오님이 괜찮아도 괜찮아라는 노래를 발매했습니다. 어찌나 위로가 되는지 몰라요. 요새 집에 올 때마다 듣는답니다. 아주 미약하나마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노래 제목을 제 글의 타이틀로 가져왔습니다.
사실 최근 마음이 참 힘듭니다. 나이 든 우리 엄마는 힘겹게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계시고, 못난 딸은 여전히 지 하고 싶은대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업은 풀릴 기미가 없죠. 심지어 우리 팀 균열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 중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매듭을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도대체 풀어야 하는 매듭이 몇개인지조차 가늠이 잘 안 가요.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버릇처럼 하소연 하려고 브런치를 켰습니다. 그런데 브런치를 켜서 제 글 제목들을 보니 가관이더구만요. 타이틀부터 우울해서 손 대고 싶지가 않는 글들. 이건 뭐, - 내가 아무리 독자 없는 작가라지만 - 독자마저 우울하게 만들고 말겠다는 목표의식을 가졌나 싶을 정도. 사실 아닌데 말이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힘들지만, 나를 보는 누군가한테는 힘이 되어주고 싶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저를 위로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나열해보려고해요. 물론 제 개인적인 방식들이라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어요. 혹시 위로의 방법을 찾고 계신 분이라면, 무조건 제 방법을 따르기보다 곰곰이 이 방법은 어떨까 한번 고민해보세요.
먼저 저는 배우는 걸 좋아해요. 뭐든 안 해본 걸 접하고, 시도하고, 도전해보는 걸 좋아하고 이러한 일들이 삶에 큰 자극이 된다고 느껴요. 어떤 영역을 배워서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뭘 배우는 건 하나같이 다 돈이 드는 일들이라, 요새는 유튜브를 끼고 삽니다. 유튜브에는 없는 게 없으니까요. 플라워 페이퍼를 배우느라 수원까지 갔다왔는데 유튜브 검색하니 갔다올 필요가 없었더군요.
또, 일기를 써요. 일기를 쓸 땐, 의식의 흐름대로 주욱 나열해요. 그러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내 가치관을 만나거나 혹은 잠재된 제 생각을 발견하기도 해요. 관심 없다고 넘어간 영화들,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말들, 무관심했던 내 경험들이 어느 순간 저한테 남아있더라구요. 나이 서른 먹도록 스스로한테 무심했어서, 내가 어느 것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여전히 잘 몰라요. 일기를 쓰다가 이런 방식으로 간신히 알고 배우는 중입니다.
또, 걷기도 해요. 일기 쓸 때처럼 하염없이 걸어요. 목적지도, 시간도 제한을 두지 않고 그냥 마냥 걸어요. 걷다가 기분이 좀 나아지면 앉았다가 쉬기도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요. 걷다가 지치면 아무 벤치에 앉아 멍 때리기도합니다. 멍 때릴 때는 가급적 공원을 찾는 편이에요. 여유가 있다면 강아지들이 산책을 나올 가능성이 높은 공원을 골라요. 강아지가 지나가는 것만 봐도 얼마나 힐링이 되는데요. 큰 개든, 작은 강아지든 가리지 않고 구경해요.
요새는 강아지가 보고 싶어서 온갖 강아지 유튜버들을 구독해서 구경하는 중이에요. 소녀의 행성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보고, 강형욱님 채널도 보고, 시바견 채널도 보고 다채롭게 시청한답니다. 사람 동물이 싫어지니 동물로 피신하냐는 친구의 조언과 질타를 무시하고 열심히 강아지, 고양이 및 여타 다른 동물들을 유튜브로 훔쳐보고 있습니다. 곧 동물원도 가보려고요(!)
쓰다보니 느낀 건데, 참 저란 사람 소소하네요. 큰 돈 들만한 일을 취미로 갖는 경우가 없나봐요. 돈 욕심을 억지로 놓은 건지, 아니면 환경 때문에 놓아진 건지 구분은 잘 안된다만은... 쨌든 지금은 큰 돈에 대한 욕망이 많지는 않은 거 같아요. 사업을 하기 전에 이런 제 특성을 좀 낱낱이 파악해볼걸 그랬어요! 지금부터라도 좀더 나를 고민하고 살펴보고 돌보려고요. 사업이 망하든 커리어가 망하든 나는 나를 망치지 않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