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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ul 02. 2019

카드값이 천만 원을 넘었다.

천만 원어치 방황

진짜다.

천만 원 넘는 빚이 생겼다.

그것도 바로 갚아야 하는 빚.

신용카드 일시불이거든.


이번 팜파티를 준비하면서 사전 결제가 필요한 물품들을 모두 내 카드로 샀다. 거기에 내 개인적인 생활 빚이 합쳐지자 천만 원 넘는 게 아주 쉬운 일이더라.


900원짜리 커피도 사치인 거 같은 느낌


전 회사 다닐 때 카드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짜증 나면 스파오 가서 옷 사고, 화나면 올리브영 가서 화장품 사고, 그러다가 울화통 터지면 비행기표 지르고. 그래서 카드값 문자가 무감각해진 지 오래라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카드값 문자는 매번 무서웠다. 더 솔직히 표현하면, 두렵고 부담스러웠다. 내가 갚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니까. 업체로부터 입금되면 받을 돈이지만 그래도 속에 뭔가 얹힌 거 같더라. 문자가 빨간딱지처럼 느껴져서 막연히 무서웠다.


요새 느끼는 감정이 어떠냐 하면, 나 스스로가 시야 좁은 경주마 같다. 방향 설정이 제대로 된 건지, 이 길이 맞는 길인지, 내 옆엔 누가 있고 내 등에는 누가 탔는지 생각할 여유 하나 없이, 호루라기 신호 받으면 내립다 뛰는 그런 경주마. 달리긴 달리는데 눈 가리고 질주하는 기분이다.


대략 이런 느낌...?


친구 결혼식 차 방문한 태국에서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참 다양한 나의 모습과 내 생각들을 만났다. 그 날을 기점으로 하나씩, 하나씩 반추 중이다.


대체 뭐 하고 싶니? 어떻게 살고 싶니? 원하는 게 뭐니?


관성처럼 디자인을 하고 싶어 이 길을 선택했는데 요새는 잘... 모르겠다. 정말 관성이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 DESIGN이란 잡지를 들고 다니며 디자인에 관심 있다고 당차게 말했던 대학생 시절의 내가 그리웠던 건가 싶기도 하고.


파티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가지면 공간도 공부하고 디자인도 할 줄 알았는데 정작 내가 하는 역할은 파티 플래너다. 파티 스타일리스트를 하기엔 손재주도 없고 디자인 센스나 미적 감각도 없고, 그렇다고 이 분야를 미치게 좋아하는 거 같지도 않. 파티 플래너 쪽이 굳이 말하면 더 적성에 맞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 또 며칠 전 있었던 총회를 보니, 파티라는 분야나 필드 자체가 내가 원하는 영역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런 방황을, 돈 천만 원 넘는 빚을 지면서 하고 있는 요새다. 남들은 30대 진입하면 안정적인 수입과 직장에서의 입지 굳히기에 몰두한다는데 나는 요로코롬 방황하며 산다. 나는 정말 철이 안 든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나냔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사는 거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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