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왜 무섭냐면요.
혼돈의 카오스
4월을 요약하면 이러합니다. 정말 혼돈의 카오스였어요. 대학교 2학년 때처럼 폭식과 절식을 왔다갔다했습니다. 동아리 회장을 처음했던 때마냥.
여러가지가 다 겹쳤습니다. 돈은 안 벌리는데 힘은 들고, 힘이 드니 체력 딸리고, 체력이 딸리니 툭하면 감기가 오고 머리가 어지럽고. 그런데 돈은 안 벌려. 의욕은 상실되고.
일이 많아지니 사람 사이에 으레 나타나는 갈등과 화도 터질락 말락, 보일락 말락. 수면 바로 아래에서 올라올까말까를 반복했죠. 그런 상황이 답답하면서도 이해가 갔고, 이해가 가면서도 야속했어요.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죄스럽기도 하고. 아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합니다.
여기에 우리팀의 재정적인 문제가 떠올랐어요. 덕분에 매일 잠자리에 누우면 숫자들이 쏟아졌습니다. 제대로 푹 잔 날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맨 몸으로 돈을 번다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구나를 체감하고 또 체감했는데 아직도 멀었었나봐요.
4월 말쯤에 가서는 아예 생각을 멈췄어요. 뭐. 사실 많이 생각한다고해도 좋은 결론이 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우직하고 단순하게 주어진 일들을 즐겁게,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이것, 저것 다 재고 있을 시간이나 에너지가 없기도 하지만 그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현재는 아직 아무것도 안해본 상태나 다름 없으니까요.
생각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이유는 직면하기 무서운 질문이 떠올라서에요. 그건 바로,
"이 회사나, 저 회사나 다 똑같은거 아냐?"
힘든거 매한가지고, 어려운거 다 똑같은데 왜 나는 굳이 창업이라는 길을 걷고 있나. 내가 그 정도의 사명감이나 비전을 가지고 있나? 아닌거 같은데.
사실 여기에 똑 떨어지는 답은,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찾지 못했어요. 하고 싶은게 많기는 한데, 그걸 다 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기엔 아직 뭣도 안하고 있고. 새로운 모험을 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하기엔, 생애 가장 중요한 시기를 바치는 일이니 도박에 더 가깝고.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공간'을 제대로 배우는 거냐하면 그건 또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어영부영 안 움직이는 다리를 질질 끌며 간신히 앞으로 나가는 기분입니다. 앞으로 나가는 건 맞겠지...?
스타트업에 들어가거나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바로 이런 상태가 아닐까해요. 바로 정체와 멈춤. 더 발전하고 싶고 더 욕심내고 싶어서, 체계를 갖춘 기업들을 뒤로했는데 발전은 커녕 계속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고 그 어떤 보상 또한 보이지 않을 때의 막막함. 하는 일은 많은데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고 그런 일들로부터 내가 뭘 배우고 성장했는지도 알 길 없고, 보상이 충분한지는 더더욱 모르겠는, 그런 상황.
네, 바로 지금 제 이야기입니다. 나아지고 있는지, 발전하고 있는지, 성장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자신도 없고요.
이걸 얼마나 잘 해결할 수 있고, 잘 해결하느냐가 제 생존을 결정하는 결정타가 되겠죠. 어쩌면 우리 조직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도 있고요. 저는 우선 5월 한달까지는 생각을 비우고 주어진 일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려고해요.
나는 뭘 얻고 싶나?
나는 어떤 자리를 얻고 싶나?
나는 왜 스타트업을 하고 싶나?
당분간은 조급해하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스스로 올린 질문들에 대답을 해볼 참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정확하게 윤곽을 잡아볼 참입니다. 이 윤곽이 잡히면 선택한 이 길에 더 확신이 생길 거 같거든요. 아마도... 그렇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