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래서 무슨 수단이 필요하냐면요
▷ 2편에 이어서
제가 멋있는 척하며 끈기니, 영업적 사고니 이야기했지만 사실 저도 압니다. 이런 역량들을 검증하기 힘들죠. 그러니 토익 몇 점, 자격증 몇 개 등 해외 영업을 하는 수단들로 가늠할 수밖에요. 그러면 다시 질문. 그 수단을 왜 수단을 영어로 한정시키나요? 앞서 설명드렸듯, 해외 영업은 '해외'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일이에요. 앞에서 말씀드린 역량들은 '영업'이란 단어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내용이니 이번엔 '해외'라는 키워드를 주목해 봅시다. 그전에, 우선 이 생각부터 버리세요.
해외 ≠ 영어
개발자분들이 "나 OO언어 잘해."라고 이야기하는 거 들으신 적 있으세요? 아마 없으실 걸요. 개발자는 개발 결과물로 이야기하니까요. 개발자가 사용하는 언어는 개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이에요. 해외 영업도 마찬가지랍니다. 영어 구사력처럼 수단이 아니라, 여러 수단들로 탄생시킨 업무 결과물을 가지고 이야기해요. 영어는 가장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수단일 뿐이죠. 업무를 되게 만드는 수단이 해외 영업 담당자의 능력이자 기술이고, 거기에는 영어만 있지 않아요.
해외 영업 실무를 뛰어보면 업무가 되냐 vs. 안 되냐는 맨 처음과 맨 마지막에 달렸어요. 바이어가 내 말을 들어봐야 하는 이유 AND 바이어가 나를 결국 선택해야 하는 이유. 이 두 질문을 고민 - 납득 아니고 설득입니다. 납득은 바이어가 할 거예요 - 하게 만드는 게 해외 영업 담당자의 첫 번째 역할입니다. 두 번째 역할은 바이어가 고민하는 동안 망설임 장벽들을 없애는 일이에요. 물론, 쉽지 않습니다.
자연히 업무를 되게 만드는 수단은 산업마다, 제품/서비스마다 다릅니다. 더 나아가면 회사 역량이나 인프라에 따라서도 다르겠죠. 바이어가 망설이고 고민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테니까요. 제품을 수출하는 해외 영업 담당자는 수출 물류 이해도가 필수 수단일 테고, 브랜드를 수출하는 해외 영업 담당자는 가격 산출 능력이 필수 수단일 겁니다. IT 서비스를 수출하는 담당자라면 현지 법률 상황을 잘 이해하거나 현지에서 로비 역량이 뛰어난 업체를 알고 있는 편이 좋겠네요. 소비재 기업 담당자라면 각 국가별 인증 관련 지식이 그리고 각 인증들을 회사가 갖추게 만드는 역량이 좋은 수단일 거예요.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바이어 고민을 풀어내는 기술이야 말로 필수 수단이다.
그게 뭐가 되었든지 간에요.
제품 수출 담당자로 설명해볼게요. 수입 바이어의 가장 큰 고민이 뭔지 아세요? 브랜드 인지도? 아 맞죠. 제품 퀄리티? 아 맞죠. 제품 가격? 맞습니다, 맞고요. 다 맞아요. 그런데 제가 뭐라고 했죠? 가장 중요한 건 첫 단계와 마지막 단계! 브랜드가 어쩌고, 제품이 어쩌고 이야기하기 전에 맨 처음 단계에서 풀어줘야 하는 고민은, 높은 물류비예요. 요새 물류비 미쳤거든요. 그러니 제품을 물 건너 보내야 하는 해외 영업 담당자라면, 어찌해야 가장 물류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알아야 해요. 물류 효율을 높여야 제품 당 물류비 낮추고, cif 가격 계산하고, 현지 도착 후 Selling Price 가늠하잖아요. '내가 수입 바이어라도 이건 살만하다'할 제안을 만들어야 팔 테니까요.
이쯤 되니 해외 영업이란 직무 진짜 쉽지 않아 보이죠? 예스 예스. 맞습니다. 이 직무 쉽지 않아요. 저는 소비재 산업군에서 제품을 수출하는데 워... 알아야 할 거 천지삐까리... 수출 물류 기본이고, 수출 물류 이해도를 바탕으로 가격 정책 잡아야 하고, 소비재라 트렌드 읽는 눈도 필요한데 심지어 사업하는 마인드로 마케팅도 해야합니동. 이러다 진짜 쥬글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는 이유에는 나름의 자부심이 깔려 있다 이겁니다. 내가 우리나라 제품을 해외 수출하는 데 개미 발톱만큼은 기여하고 있다, 내가 우리 회사의 좋은 제품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있다, 뭐 이런 뿌듯함이 있다고요. 그러니 해외영업이란 직무를 함부로 재단하지 마세요.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나 쉽게 해내는 일은 아니에요. 모두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프로페셔널함을 발휘해야 간신히 성과를 얻는 직무랍니다. 앞으로 해외 영업이 더 각광받기를 기대하며 고만 끝내겠습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