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크는 순간
“엄마가 조금 아픈데, 둘이서 놀고 있으면 안 될까?”
몸살 기운이 몰려와 소파에 몸을 기대자,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함께 거실에 남았다.
중1 딸과 7살 아들.
나이 차이가 크다 보니
‘함께 논다’기보다 큰아이가 돌보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그날은 버틸 힘조차 없어 그대로 잠이 들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몽롱함 사이로 작은아이가 속삭였다.
“엄마, 누나가 이거 해줬어.”
눈을 뜨니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큰아이는 동생에게 글씨를 가르쳐주고,
연필 잡는 법을 알려주며,
심지어 매니큐어까지 발라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큰딸을 키울 때는 힘겨워서
둘째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나였다.
그런데 얼떨결에 마주한 나이 차 많은 둘째는
때로는 원망으로 다가왔고,
또 때로는 나를 단단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는 것만이 아니라
두 아이 사이에서 나 자신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걸.
혼자였더라도 아이와 더 끈끈하게 지내는 장점은 있었겠지만,
남매로 서로에게 기대며 자라는 모습은
내게 또 다른 성장을 안겨주었다.
육아는 여전히 고단하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아이와 함께 조금 더 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