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할 수 없는 아이들과의 대화

엄마의 욕심. 조카에겐 감동

by 썬누리

중1 조카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여동생이 주말에도 일을 하다 보니, 종종 조카가 우리 집에 와서 시간을 보낸다.

요즘 나는 코칭 실습 중이라

마침 조카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생겼길래 실습 겸 대화 한 번 해볼까 싶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 코칭 대화 한 번 해볼래?” 조카는 의외로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나도 자세를 고쳐 앉게 됐다.

이 애가 뭐 고민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음… 제가 요즘 고민이 있는데요.”

헉, 그래? 무슨 고민일까?

속으론 놀랐지만,

겉으론 “응, 편하게 얘기해 보자.”


조카는 내 질문에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목표도 설정하고, 대안도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내가 유도하지 않아도 방향을 잘 찾아가고, 진심으로 자신을 돌아보려 애쓰는 게 느껴졌다.

마지막에 “이 대화 어땠어?” 하고 물었더니,

“속이 좀 시원해졌어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니, 애가 이렇게 잘 자랐다고?

여동생 하고도 이렇게 잘 이야기할까? 하는 부러운 마음.


그렇게 감동받은 마음으로 우리 딸에게도 이 좋은 걸 나누고 싶어졌다.

괜히 욕심이 샘솟는다.

“딸~ 엄마랑도 잠깐 얘기해 볼까? 딱 10분만!

엄마가 코칭 실습하는데, 너랑 얘기하면 진짜 도움 될 것 같아~”

딸은 TV 보던 시선에서 나를 슬쩍 쳐다보더니 건성으로 “응… 뭐~”

이 정도면 반쯤은 성공이다.

그런데 앉혀놓고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하려는데

하아~

“그거 있잖아~ 엄마! 나 피아노로 걔를 이기고 싶어!”

“어? 그 친구보다 더 잘 치고 싶다는 말이야?”

“응!! 근데, 그 애가 그만두면 내가 이기는 거 아니야?”

“응??”

진지한 줄 알았던 대화는 순식간에 약간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열심히 대화해 보려는데 갑자기 옆으로 눕고, 이불을 얼굴까지 덮고

“엄마~ 이제 됐지?”

진심으로 뭔가 해보려던 나는…

살짝 허탈. 그 순간

“욕심을 버리세요… 엄마.”

그래도 뭐~

진짜 딸 마음을 아주 살짝이나마 들여다봤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그 아이도 나름의 속사정이 있고 진지한 대화는 안 해도 나랑 시간을 보내주려고 자리해 준 거니까.

아이와의 대화는 늘 예상 못 한 방향으로 튀지만 그마저도 나에겐 하나의 소중하다.

조카에게 감동받고 딸에게 반격(?) 당하면서도 이렇게 배우고 또 웃으며 지나가는 엄마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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