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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래하는 짱쌤 Mar 15. 2022

학교는 공사 중

적극행정의 자세

직원 협의를 통해 2학기 개학을 일주일 연기하였다.

여름 방학 동안 내진보강공사 기간을 늘려서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이다. 모든 학생이 등교하는 2학기를 대비하여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한 결정이었다. 내진보강공사는 ‘지진 발생 시 건물이 붕괴되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해 하는 공사로 우리 학교는 2021년 1월 겨울방학과 동시에 시작하기로 하였고 공사 규모는 일반교실 10개와 특별실 18개로 모두 28군데가 해당되었다.     


공사 전에 담당 팀장과 주무관, 시공사 대표는 학교를 방문해서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겨울방학과 동시에 공사를 시작하고 2월 말에 내부공사는 거의 마무리하여 새 학기부터는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교장으로서 마음이 든든했다.     

그러나 1월에 담당 팀장이 경기도교육청으로 발령이 났고 새로운 팀장과 신규 주무관으로 교체되었다. 시공사 대표도 학교 건축도면을 들고 학교 여기저기를 둘러보더니 설계도면과 실제 학교의 시설이 맞지 않는다며 하소연을 했다. 이제 초보 교장으로 학교 공사를 잘 모르던 나는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럴 수도 있나요?’ 하며 오히려 되물었다. 그리고 우리 학교 공사가 교육지원청 남은 예산을 끌어모아 시작하기로 했고 철저한 준비과정과 충분한 협의 과정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규 주무관은 새로 맡게 된 공사를 파악하느라 두세 번 학교를 다녀 갔지만 몇 주 동안 학교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도 안내도 없었다.‘ 팀장도 없이 아직 경험이 없는 신규에게 학교 공사를 맡기다니. 좀 더 학교 현장에 대해 전문 지식과 경험을 쌓고 난 후에 업무에 투입해도 될 텐데.’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발령과 함께 바로 학교 공사에 투입되어 공사의 감독, 준공, 예산과 지출까지 맡아야 하는 담당 주무관도 심리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상당할 거 같았다. 이유를 들은 적도 없고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니 교육청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 행정실에도 신규 주무관들이 발령을 받자마자 교직원의 봉급 업무를 맡아 퇴근 후 늦도록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실장에게 다른 쉬운 업무부터 맡기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옆에서 가르쳐 주고 있다고 했다. 결국은 학교에 갓 발령받은 신규가 하는 것이 대부분 불문율이었다. 학교에 발령을 받은 신규에게 가장 기피하는 업무와 힘든 자리로 맡겨지는 문화는 여전한 것 같다. 경험이 있는 주무관이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본인들도 신규 시절에 다 경험을 했을 것인데 이런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나도 교사로서 신규발령 첫날부터 내가 맡은 학급의 학생들에 대한 전적인 책임과 동시에 10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경력 교사와 똑같은 업무를 해야 했다. 나의 역량 여부에 관계없이 주어진 업무를 오로지 개인적 경험에 의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 버거워서 정말 힘들고 외로웠다. 그 경험으로 교감 시절에 가급적이면 신규교사에게는 몇 개월의 적응 기간을 주었고 난이도가 낮은 업무를 배정하여 교사와 담임으로서 학생들과 학교의 문화에 적응하도록 배려하였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재직 기간 5년 미만 공무원 퇴직자는 2019년에 6,664명으로 2018년과 비교했을 때 17.5%가 증가했다.

이 중에서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는 공무원은 1,769명으로 전체 퇴직자의 26.5%를 차지했다. 그럼 험난한 수험생활을 지나 그토록 바라던 공무원이 된 이들이 안정된 직장인 공무원을 그만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의 저자 이지영은 공무원이라는 직업과 조직이 주는 안정감보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봉급을 많이 받고 직위가 높아질수록 경험을 나누어주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구멍을 메워주며 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본을 보이는 공무원들의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고 ‘드르륵 드르륵 쿵쾅쿵쾅’하며 건물을 헐어내는 공사가 이루어졌고 개학 일주일 전까지 어마어마한 건물의 먼지와 함께 잔해들이 잔뜩 쌓였다. 교과서를 받으러 왔던 학부모들이 개학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공부를 할 수 있겠냐며 학교에 답변을 요구하였다. 내가 봐도 먼지와 소음, 잔해로 잔뜩 쌓인 이 상황은 학부모의 걱정을 사기에 충분했다. 학부모들에게‘개학 전까지 잔해와 먼지를 모두 치우고 청결한 상태에서 개학’을 할 것이라고 설명을 드렸지만 학부모들의 걱정은 SNS로 펴져 나갔다.    

 

 걱정 스런 마음에 3월 1일 휴일에도 학교에 나와서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교실 청소를 위해 몇 분의 교사들이 휴일에도 출근하였고 잔해와 먼지를 어느 정도 청소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공사가 해당되는 교실에 패널을 설치하고 그만큼 좁아진 교실에서 거리두기를 하며 수업이 이루어졌다. 상담실, 과학실을 비롯한 특별실 18개는 전혀 사용을 할 수 없어 교육과정 운영에 불편을 초래했고 담당교사들은 각기 흩어져서 협의회실 한쪽 구석에서 근무를 했다. 공사 진행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결과, 학교와 학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았으나 교육청을 대표해 책임 있는 사람 누구 하나 사과도 없었다.     


 3월 2일 이후로 공사가 3개월 동안 중단되었는데도 담당 팀장이나 주무관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정확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상식선으로 생각해도 교육청의 담당 책임자가 학교에 나와서 공사 중단 이유를 당연히 설명해야 했다. 전화로 담당자를 찾아도 돌려막기(?)로 자리에 없다고만 했다. 할 수 없이 답답하고 화가 난 상태로 교육청을 찾아가 확인한 결과 감리 문제가 있어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고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도 부족했음을 알게 되었다. 해당 과장은 우리 학교의 공사 중단 사실도 모르고 있었고 자신이 얼마나 많은 예산으로 학교 공사를 하고 있는지 아느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교육청에서 일하는 해당 과장의 업무가 무엇인가? 학교의 공사를 잘 마무리하여 학생들이 공부하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고 학교가 학생 교육에 힘쓰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그 사명을 잊었다면 일반 건축업자와 무엇이 다른가?     

달라진 공사 상황이 없더라도 책임을 맡고 있는 담당자로서 학교에 와서 또는 직접 전화라도 하여 현재의 상황과 어떤 노력하고 있는지 설명해주고 노심초사하고 있는 교장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소통’이 아닌가? 교육청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불통인 이런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상석이 어디인지는 훤히 보이는 테이블만 원탁으로 바꾸고 여기에 평범한 차가 아닌 카페 음료나 샌드위치를 올려두면 ‘소통 회의’의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소통의 외형적인 모습을 누군가 꼬집었다.     

경기도교육청이 혁신 교육을 시작한 지 십 년이 넘었지만 결코 혁신적이지 못한 교육청 공무원들의 시선과 학교의 신속한 지원을 위해 이름까지 지원청으로 변경한 이유가 정말 무색하다. 혁신의 자세로 소통하고 적극 행정과 지원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말 확인해 볼 일이다.      


학교는 여전히 공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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