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 차주분 되세요?”
“예! 그런데요?”
“아니, 차를 이렇게 주차하면 어떡합니까? 빨리 차 빼주세요?”
J는 일본 여행 갔다가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 안이었다. 회사에서 단체 연수를 갔던 것이라 J의 차는 사무실 근처 주차공간에 얌전히 모셔두고 왔다. 혹시 일본에 있는 동안 주차 문제가 생기면 안되기 때문에 사무실에 일찍 가서 제대로 주차를 하고 왔던 터였다.
“주차 공간에 제대로 주차되어 있는데 무슨 문제인가요?”
“아니 공사를 해야 되는데 차때문에 공사를 못하잖아요! 빨리 차 이동해 주세요!”
갑자기 화가 확 치밀어 올랐다. J가 2박 3일의 여행이었다. 공사가 예정되어 있었다면 미리 주차를 금지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내가 어디지 아시냐고? 지금 공항에서 집에 가는 길인데 지금 전화하시면 어떻게 차를 뺍니까? 공사가 있으면 미리미리 공지를 하셨어야죠! 도착하려면 2시간 넘게 기다리셔야 됩니다!”
j는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직장 동료들과 같이 있는 버스 안에 화를 내며 전화 통화를 끊었다. 어떻게 그렇게 예의 없을 수가 있지?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그 사람 짜증을 받아줘야 되냐고?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동료들이 있는 버스 안에서 화를 낸 자신에게 더 화가 났다. 화를 내지 말고 조근조근 할 말을 했어야 했는데,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제발 나를 건드리지마! 제발 나 혼자 둬! J는 속으로 외쳤다. '건드리지만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텐데 다들 왜 이렇게 본인을 건드리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다는 게 더 참을 수 없었다.
요즘 J는 한 번씩 꼭지가 돌 정도로 화를 참지 못할 때가 있다. 가장 잦은 경우가 운전할 때! 누가 끼어들기 '달리는 속도가 있는데 저렇게 끼어들다니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라고 차안에서 소리 질렀고, 1차선 도로에서 정속도로 달리면 '운전을 못하면 2차로로 가든가, 아니면 초보 운전 표시라도 하든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건 생각도 않는 건가?'라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그렇게까지 화를 낼 일이었는지 후회가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화가 나면, 순간만 참으면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본인의 분노는 조절하지 못했다. 자신이 위선자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분노에 관한 책도 읽어봤다. 책에서 말하는 대로 실천하려면, 마치 성인의 경지에 올라야 할 것 같았다. 나이를 먹었는데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들었다.
그런 J를 보고 J의 친구는 가슴속에 풀리지 않는 분노가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분노?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그런걸까? 도대체 자신 속에 어떤 분노가 있는 것일까? 내가 정말 그동안 내 안의 분노를 제대로 마주한 적이 있었을까?' J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결심했다. 자신 안의 분노를 외면하지 않기로.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이 감정이 자신을 삼켜버릴지도 모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