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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카사랑 Nov 20. 2024

내가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

-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다치바나 다카시 저)>을 읽고

   

-ㅡ츨처 : 네이버 도서 -

나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 소설은 재미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있을 법한 일로 구성된 소설은 1년에 한두권 정도 읽는다. 누군가는 내가 소설 속 등장 인물들에게 너무 감정 이입을 잘해서 그렇다고도 했고, 또다른 누군가는 내가 공감 능력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했다.  


요즘 조카에게 하도 '소시오패스'니 '또라이'니 하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그런가, 나의 공감능력 제로가 진짜인가 싶어 쬐끔 겁이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소시오패스' 기질을 조금이나 누그러뜨리기 위해 소설책 읽기를 시작했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지킬박사와 하이드>,<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몬테크리스토 백작>,<그리스인 조르바> (음~ 책고르는 취향이 너무 일괄적이네!!)

 

나의 소설 독후감에 대한 조카의 총평은?

  

 "어떻게 고모는 모든 소설이 다큐가 될 수 있어? 진짜 신기하다!"


다큐! 다큐라니! 아무리 내가 공감 능력을 글로 배웠다고 해도 나름 사회생활도 잘하고, 친구도 몇명(!!) 있는데...어떻게 나의 공감 능력을 다큐멘타리 같다고 할 수 있는지~


조카 말이 나는 책을 보면 '재밌다' '재미없다' 둘 중 하나이고, 음식을 먹으면 '맛있다' '맛없다' 둘 중 하나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해서 좋다고 하기도 했지만, 감정에 관한 경우의 수가 찬반 두 개로 나누어 진다는게 서글프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문학은 안읽을까? 그 대답을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 집이 더 드라마틱한데 굳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볼 필요가 없었다. 누군가가 친정은 장편 소설이고, 시댁은 대하 소설이라 했는데 우리집은 <조선왕조실록>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현재진행중이다. 우리집 얘기만도 다이나믹한데 인간사 뭐가 궁금하겠는가? 


저는 오늘날의 문학 부진 현사의 근본 원인을, 독자가 문학 작품에서 멀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을 현대 문학 속에서 찾아 볼수 없다는데서 찾고 싶습니다. 이런 점을 무시하고 독자가 문학 작품을 읽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이는 상황을 전혀 엉뚱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이 문학 작품을 읽지 않게 된 과정에서 논픽션, 나아가 생생한 현실이 제공하는 살아 있는 재미에 빠져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문학 작품을 읽지 않게 된 독자들은 픽션보다 훨씬 재미있는 논픽션 서적이 천지에 널려 있고, 또한 그 이상으로 흥미를 끄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현실이 사방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p44


이런 나를 위해 조카는 요즘 공감이라는 것을 내 머리와 심장에 주입시키고 있다. 아무리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해도 사람은 완전히 혼자 살수 없다. 나 또한 조용한 삶을 좋아하지만 깊은 산속에 혼자 사는 것은 선호하지는 않는다. 지금 내옆에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10년 넘게 나를 봐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가 무슨 행동을 해도 그러려니 하고 나를 보겠지만, 퇴직후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때 그 사람들에게 지금 내 주변의 사람들처럼 나를 이해해 달라고 하는건 욕심이다.


얼마전부터 민음사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를 읽기 시작했다. 50년동안 없던 공감 능력이 하루아침에 생기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연습을 하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공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니) 물론 지금의 나의 성격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싶지는 않다. 나의 다큐적인 성격에도 장단점이 있을 테니 말이다. 적당히 공감도 하고, 적당히 무시도 하면서, 다양한 사건사고를 겪으며 나이 들어도 할 얘기가 많은 그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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