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동상이몽
그날이 처음이었다. 나 빼고 다 먹어봤다는 두바이 쫀득 쿠키라는 녀석을 맛본 것은. 이름부터 쫀득한 그 아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귀한 몸. 두바이에 가본 적도 없고, 두바이 사람들은 뭔지도 모르는 디저트라지만 초코를 사랑하는 1인으로서 유행이 다 지나가기 전에 한 번쯤은 맛보고픈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맛은 모르지만 딸들을 위해 두쫀쿠 오픈런 줄에 서서 추위와 싸워본 적은 있었다. 아아, 모성이란. 동네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작은 빵집이 어느 날 갑자기 알고리즘 신의 축복을 받아 그야말로 ’ 빵 뜬 빵집‘이 되었고, 오픈 시간 한참 전부터 대기를 해야 작디작은 두쫀쿠를 인 당 다섯 개 한정으로 살 수 있다고 했다. 소문을 접한 나는 그 길로 용감하게 오픈런 대열에 합류했고, 한 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을 팔아 딸들에게 맛보게 해 줄 기쁨 다섯 알을 얻을 수 있었다.
“얘들아! OO 베이커리 두쫀쿠야! 엄마가 줄 서서 사 왔어! “
두바이 석유 원정대에서 갓 돌아온 대장 마냥 위풍당당하고 의기양양하게 가족 카톡방에 소식을 전했다. 자, 이제 마음껏 기뻐하렴. 엄마는 너희들의 호들갑을 만끽할 준비가 되어있단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뜻밖의 대답이었다.
“아~~ OO 두쫀쿠? 이거 이미 먹어봤는데요?”
알고 보니 우리 집 중학생은 그 베이커리가 유명해지기 전 이미 여러 번 줄 서지 않고도 문제의 그 두쫀쿠를 사 먹었단다. 너 얼마 전까지 시험 기간 아니었니? 거기까지 굳이 가서 두쫀쿠 사 먹을 시간이 있었니?라는 마음의 소리 대신
“그랬구나. 줄 안 서고 맛봐서 다행이었네.”
라는 빈말을 꺼내놨다. 시험 기간에 잠시 머리 식힐 겸 두쫀쿠 좀 사 먹은 게 욕먹을 일은 아니니까. (후…….)
이미 먹어본 아는 맛일 텐데도 아이들은 그 작은 동그라미를 참 맛있게도 먹었다. 어떤 맛일지 궁금했지만 호기심 해결보다는 딸들의 포만감을 택하기로 하고, 나와 남편 몫으로 빼놨던 두쫀쿠 하나도 슬며시 딸들 간식으로 내어주었다.
그렇게 상상 속 유니콘으로만 존재할 줄 알았던 두쫀쿠를 맛볼 기회가 나에게도 왔다. 그날, 엄마가 못 먹었던 게 내심 마음에 걸렸는지 둘째가 아직 줄 안 서도 된다는 새로운 두쫀쿠 핫플을 알아내 아침 일찍부터 원정을 다녀온 것이다. 두 뺨에 코끝까지 빨개진 얼굴로 기쁘게 내민 두쫀쿠 세 알.
”엄마, 여기요! 이번엔 꼭 맛보세요! “
그렇구나, 조금 전에 날아온 카드 결제문자가 이거였구나. 만 팔천 원에 세 알. 그래…… 엄마에게도 맛 보여 주고픈 그 마음값도 포함이니 아깝지 않아. 과하지 않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작은 게 육천 원? 약간의 괘씸함을 품고 그 쫀득하다는 녀석을 콱, 베어 물었다.
“파사삭!”
경쾌한 소리와 함께 치아와 입속에 닿는 촉감이 낯설다. 서걱거리면서 쫀득거리는 처음 느껴보는 달콤함.
“어머, 맛있네?”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한 알을 금세 먹어 치웠다. 그러고는 이 감동이 사라지는 게 아까워 둘째에게 고마움을 담아 인스타에 인증샷 겸 짤막한 시를 써서 올려 보았다. 녀석은 금방 ‘좋아요’로 화답했다. 댓글은 없었지만, 내 감동, 내 마음 충분히 느껴졌겠지?
며칠 뒤, 친구 만나러 나갈 준비로 분주한 둘째에게 살포시 물었다.
“엄마가 올려놓은 시 봤어? 그거 읽고 네가 준 두쫀쿠 이야기라는 거 눈치챘어?”
“응? 뭐가? 나 글은 안 읽고 좋아요만 누르는데?”
그랬구나…..
글은 안 읽는구나…
인스타그램은 글이 아니라 이미지를 던지는 곳이었지. 그래, 엄마가 잠시 잊었었네?
서른세 살 차이, 두찌와 나. 우리들의 동상이몽은 두쫀쿠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통역이 되어 전해질지 모를 마음을 담아, 나는 또 어딘가에서 네가 좋아하는 두쫀쿠와 마주친다면 주저함 없이 지갑을 열어 틀림없이 그 동그란 기쁨을 사다 주고야 말겠지. 그게 우리의 언어인 거라면.
<순간>
너와 눈이 마주친 순간,
가슴속 작은북이 요란하게 울리고
얼굴은 계절을 앞질러 여름의 붉은빛을 입었다.
손을 뻗어 널 가져도 될까
궁금하고 궁금해 상상만 해왔던 너라는 세상
오늘은 내가 느껴봐도 좋을까
언제 또 마주치겠어
지금을 놓치면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
누군가의 비난이 두려워서,
생각보다 실망할 나 자신이 걱정돼서,
이 망설임에 이유가 있다면
그런 이유쯤은 저 멀리 뻥 차버리면 그만이었다
모든 고민을 뒤로하고 너에게 손을 뻗는다
말랑하고, 보드라운 너.
달큼하고 쌉쌀한 초콜릿 향을 느끼며
두근대는 마음으로 쫀득한 너를 베어 문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토후국의 모래바람이
입속에서 달콤하게 서걱거린다.
from. 햇살방 엄마의 인스타그램
월량 작가님, 아름다운 사진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moonlala
wishbluee 작가님, 제목에 영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wishblu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