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빵이 궁금해졌어.
(빠옹 지 께쥬)

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by Wishbluee
그날, 빠옹 지 께쥬를 처음 입에 넣었을 때 파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치즈의 꼬릿하고 짭조름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한입 베어 물면 쫀득하게 씹히는 질감이 깨찰빵과 흡사했다. 모차렐라 핫도그처럼 치즈가 길게 늘어나는 빵은 아니었고, 딱 한입에 쏙 들어가기 좋은, 뽀얀 조약돌 같은 크기의 빵이었다. 앙증맞고 소박한 그 빠옹 지 께쥬가 마음 저릿했던 그 시절을 오랜만에 불러올린다.

p23. '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채서린 작가님 글 中


옛사랑에 대한 추억과 안타까움, 원망.

그리고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약간 뒤엉켜 반죽되고 발효되어 기억의 일부분으로 올라온 추억의 빵.

빠옹 지 께쥬.


채서린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마치 오래된 로맨스 영화의 안타까운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 구절, 구절 사이 켜켜이 배어있는 조용한 절규가 들리는 듯해서, 마음이 저릿저릿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호기심은 결국 로맨스 영화를 이기고야 말았다. 작가님의 오감을 자극하는 섬세한 필력을 탓해본다.


빠옹 지 께쥬.

대체 무슨 맛일까.


마음이 급해졌다. 이건 뭐 동네에서도 살 수 없고.

만드는 방법을 검색했다. 찾아보니, 최화정 배우님의 유튜브에 '브라질 치즈 빵'이라는 제목으로 두둥, 등장해 있었다. 자주 만들어 드신다는 말에 그대로 따라 하면 되겠다 싶어 타피오카 전분부터 냅다 주문했다.


에어프라이어 있겠다. 전분 있겠다. 유튜브 있겠다. 그리고 내 손 있으니. 치즈만 사다가 후다닥 만들어서 한가득 먹어야지. 노밀가루라 혈당걱정도 없이 먹을 수 있다.


그리고 결과는 보기 좋게 실패. 쫀득하다 못해 찐득한 찰떡똥구리가 잔뜩 생성되어 있었으니 이를 어쩔꼬.

두 번 세 번 모두 예쁜 모양 성형은커녕, 식감조차 맞추지 못한 나는. 치즈빵을 만든 건지 뜨거운 슬라임을 만든 건지 알 수 없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호기심에 달려든 아이들도 모두 외면한 나의 첫 빠옹 지 께쥬. 일명 브라질 치즈 빵.


꾸역꾸역 남은 반죽을 구워서 다 먹고 나서 조용히 검색창을 다시 켜서 키보드를 눌렀다.


브라질 치즈 빵.


대한민국 만세. 생지가 있었다.

오 마이 갓. 가격이 비싸다.

그러나 역시 호기심은 망설임을 거뜬히 이겨냈다. 머리에도 뇌가 있지만 손가락에도 뇌가 있다더니, 역시 본능을 이기는 이성 따위는 없었다. 바로 주문.


며칠 기다린 끝에 내 손에 들어온 빠옹 지 께쥬 생지.

예쁘고 가지런히 성형된 그 반죽들을 에어프라이에 구웠다. 파삭한 식감보다는 쫄깃한 식감이 강하고, 치즈 맛은 코끝을 스칠 정도로 살짝 났지만, 집에서 타피오카 전분과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타협할 만한 맛이었다.


그 이후로 '빠옹 지 께쥬'는 나의 최애 간식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작가님의 에피소드를 읽으면 여전히 마음 한편이 쓸쓸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밀려오는 질문 하나를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브라질에서 먹던 그 빵이 지금 제가 먹는 그 맛과 똑같은가요?"


차마 여쭈어볼 수 없었던 그 질문을 감히 남겨본다.


궁금하신 분들께. 제가 호기심을 충족한 곳은 여기입니다.

섬세한 필력의 소유자. 늘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감탄과 부러움을 느끼고 삽니다.

고요하고 차분한 '캐서린의 뜰'로 놀러 가보세요. 따뜻한 차 한잔 같은 글이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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