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쉬는 날
바쁘게 지낼수록, 손 쓸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한 나날들이
곰팡이처럼 찾아온다.
그 순간 유일하게 내 몸을 일으키는 일은
아무 목적 없이 그저 '먹는 일'.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 손기은 / drunken editor -
뜨거운 그란데 사이즈 라떼로 아침을 시작하고,
아무 고민 없이 초코칩 잔뜩 박힌 쿠키를
크게 베어 무는 하루.
가격 보고 망설였던 올해 첫 딸기를 덥석 집어와
아이들과 함께 한 통 모두 먹어 치우는 그런 날.
추어탕 뜨끈하게 끓여 파 송송,
들깨 가루 잔뜩 넣어 준비하고,
에어프라이어와 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쪽갈비가 구워지는 동안
아이들은 고기 부추전, 나는 과메기에 해창 막걸리 한 잔.
그래, 역시 과메기엔 김과 꼬시래기야.
꼬들꼬들 꼬시래기, 바삭바삭 김
그리고 쫀득 꾸덕 과메기의 삼중주.
진한 해창 막거리로 입가심하면
내 입에 무한 도돌이표 기능 탑재 되고요.
잘 구워진 쪽갈비는 취향대로 골라 먹어요.
프라이팬 웰던은 촉촉한 육즙과 향긋한 불향이 살아있고요,
에어프라이어 웰던은 이븐 하게 구워진 육질과
크리스피 한 식감이 일품이랍니다.
난 프라이팬 파, 난 에어프라이어 파 반 반으로 갈린 의견.
오케이, 다음번에도 반반 고기 많이로 준비한다!
배는 이미 봉긋한데 괜히 뭔가 허전할 땐
달달한 디저트가 들어올 타이밍이라는 얘기.
이틀 연속 나가는 골프가 미안했나?
아침 일찍 신랑이 사다 놓은
노티드 도넛 얼그레이 크림맛을
반으로 쓱싹 잘라 둘째 반 쪽, 나 반 쪽.
향긋한 홍차 향이 부드럽게 입 안 가득 퍼지는 그때가
톡 쏘는 맥주 한 잔으로 마무리할 베스트 타이밍!
와, 오늘 하루 완벽했다.
바쁜 한 주의 끝에 일요일 하루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먹고 마시며 쉬어 가면 좀 어때. 내일 아침 거울 속에 달덩이보다 동그란 내 얼굴을 확인하게 될지라도. 나는 거울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후회도 없겠네. 사랑하는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 먹으며 잘 먹고, 잘 쉰 오늘 하루가 나를 또 충전해 줬으니.
일요일은 쉬는 날.
지치고, 피곤하고, 힘들수록
먹는데 진심을 담아 나를 대접하자.
"짜파게티를 끓일 때도 바삭한 계란프라이가 떠오르면 춤을 추듯 냉장고를 스쳐지나 계란을 꺼내고 프라이팬 위로 냅다 던진다. 비빔면을 먹다가 차돌박이가 떠오르면 땅굴 파는 두더지처럼 냉동실을 파내 차돌박이를 찾고야 만다. 오로지 먹겠다는, 먹는 시간을 무엇보다 값지게 보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 손기은 / drunken editor -)
힘들 땐 젓가락 장전하고 고기 앞으로,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니까.
오늘 하루 일류로 산 모든 이들을 위해,
부른 배를 두드리며 이 글을 바칩니다♥
매일 글쓰기 8일차에 찾아온 덤은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배 부르고 등 따시니 예쁜게 보고싶어지더라구요. 아기자기 꾸미기 좋아하는 두찌와 함께 알콩달콩 만들어본 올해의 크리스마스 트리. 10년도 훨씬 넘은 꼬마 트리가 올해도 거실 한 켠에 온기를 불어 넣어줍니다. 트리 가지마다 주렁 주렁 메달린 오너먼트에 우리만 아는 추억들도 같이 메달렸네요.
미리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