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을 대하는 어느 도서관 봉사자의 도서관 톡(talk)
드디어 내일입니다.
2024년 12월 10일, 노벨상의 나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에서 ‘2024 노벨상 시상식’이 개최됩니다. 한강 작가의 목에 스웨덴 여왕이 수여하는 노벨상 메달이 걸릴 역사적인 순간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죠. 온 국민이 축제 분위기 속에 함께 축하할 이벤트가 되리라 믿었건만 지난 3일을 기점으로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이 축하와 기쁨의 떠들썩한 축제보다는 '사랑과 평화 그리고 정의'에 대한 묵직한 질문으로 다가옵니다.
한편,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덕분에 마련된 반가운 소식도 들려옵니다. 바로 내일부터 서울도서관을 포함한 서울시공공도서관 240개소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한강 특별사면'이 그것인데요. ‘한강 특별사면’이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여 그동안 도서 연체 기록이 있어 도서관 이용이 어려웠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 제한을 해제해 주는 조치입니다. 이 특별한 사면으로 약 10만 명 이상의 서울 시민이 ‘사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사면 혜택’은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하는 12월 10일까지 연체 도서를 반납하는 연체자(대출제한중인 연체회원)에게 적용되며, ‘사면 대상자’는 12.11.(수)부터 서울도서관 및 관내 공공도서관의 대출 서비스를 다시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도서관에 연체 중인 책 때문에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계신가요? 12월 10일까지 책 반납하고, 도서관 다시 이용하세요! 본의 아니게 떠안게 된 오랜 마음의 부채도 훌훌 털어버리시고요. 무언가 연체된 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마음은 괜히 무거워지잖아요.
도서관에서 봉사하다 보면 자주 받는 전화 문의 중 하나는 연체와 그에 따른 대출 정지에 관한 것입니다.
"책을 연체해서 대출이 막혀 있는데 언제부터 다시 빌릴 수 있을까요?"
"제가 연체일을 사흘 넘겼는데 그럼 며칠 동안 대출이 안 되는 건가요?"
제가 봉사하는 작은 도서관은 연체된 날짜만큼 대출 중지 일자를 페널티로 부가합니다. 만약 3일을 연체했다면 연체한 날짜로부터부터 3일 간 대출이 중지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한 후 60일 이상 반납하지 않으면 '장기 연체자'로 분류됩니다. 장기 연체자의 도서 반납을 유도하기 위해 문자와 전화를 넣어보지만 대부분의 장기 연체자들은 응답이 없습니다. 어쩌다 연락이 닿았더라도 "이미 책을 반납했다.", "책을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등의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도서관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책의 분실이 확인된 경우 대게는 수 일 내로 똑같은 책을 구매하여 도서관을 방문해 주십니다. 하지만 끝까지 장기 연체나 분실을 인정하지 않는 회원과의 통화에서는 전화를 건 사람도 받은 사람도 난감하고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분명히 반납했는데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누굴 연체자로 만드느냐며 도리어 언성을 높이시는 분을 만나 수화기를 들고 진땀을 빼기도 합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연체하지 않고 제때 반납하려면 어떤 걸 신경 쓰면 좋을까요? 너무 바빠서, 반납하러 갈 시간이 없어서, 자꾸 깜빡해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습관적으로 연체하곤 했던 당신을 위해 몇 가지 팁을 소개합니다.
하나, 반납일 확인하고 핸드폰 알람 맞춰놓기
책을 빌릴 때 반납일을 확인하고 핸드폰 캘린더에 저장합니다. 반납일 2~3일 전에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해 놓으면 반납일을 깜빡 헤서 놓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둘, 지정된 장소에 대출한 책 보관하기
책을 항상 같은 장소(책상, 도서관 용 가방, 책장 속 특정한 칸, 출입구 근처 등)에 보관하면 잃어버리거나 반납일을 잊어버리는 일이 줄어듭니다.
셋, 읽을 양을 고려해 대출하기
욕심내서 많은 책을 빌리기보다는, 반납 기한 내에 읽을 수 있는 현실적인 양만 빌리는 것이 좋습니다.
넷, 나만의 반납일 미리 정해두기
반납일 전에 여유롭게 책을 돌려줄 수 있는 날짜를 미리 정하고, 그날 행동에 옮기면 연체 걱정이 줄어듭니다.
다섯, 도서관 방문 습관 만들기
매주 또는 격주로 특정 요일에 도서관을 방문하거나 산책처럼 도서관 가는 루틴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반납일을 놓치지 않게 됩니다. 동네에 단골 도서관을 정하고 주기적으로 방문해 보세요. 동네 곳곳에 생각보다 많은 아늑한 도서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여섯, 전자책 활용하기
최근에는 전자 도서관을 운영하는 도서관들도 많습니다. 종이책 대신 전자책(e-book)을 이용하면 반납 걱정 없이 자동으로 반납되기 때문에 연체 문제가 사라집니다.
일곱, 도서관 앱 사용하기
도서관 앱이 있다면 대출 기록과 반납일을 확인하고 알림을 설정할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해 보세요.
'한강 특별 사면'을 통해 많은 서울 시민이 다시 도서관으로, 다시 책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많은 이들이 다시 혹은 새롭게 책과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처럼 말이죠.
평일 낮, 한적한 도서관에 앉아 있다 보면 종종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좋은 책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왜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최근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전문 사서 선생님께서 도서관에 좋은 청소년 책들이 많은데 그 좋은 책들이 서가에 오랫동안 새 책인 상태로 꽂혀 있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세상은 넓고, 좋은 책도 참 많습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책들이 인쇄되어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지요. 좋은 책들이 더 많이 세상에 선보이려면 읽는 사람들의 힘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책 읽는 사람들이 계속 존재해야 책 쓰는 이들 또한 계속 써나갈 힘과 동력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2024년 12월 10일은 한강 작가가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한강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명의 독자로서 그 순간을 함께 지켜볼 수 있어 대단히 영광입니다. 다시 한번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수상 강연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어느 사이 모퉁이를 돌아 더 이상 과거의 책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삶이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 계속 쓰고 또 써나갈 작가님의 '쓰는 사람으로서의 여정'을 응원하고 축복합니다.
매일 글쓰기 9일 차에 발견한 덤은 '도서관 봉사자로 일하는 보람'입니다. 10년 전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된 동네 작은 도서관 봉사는 사실은 "책을 제한 없이 빌리고 싶다"는 사심에서 비롯되었음을 고백합니다. 도서관 봉사자들은 반납일만 잘 지키면 책을 한 번에 원하는 만큼 빌려갈 수 있었거든요. 수업 준비와 아이들 독서용으로 책 욕심이 많았던 제게 '무제한 대출 가능'은 매우 유혹적인 혜택이었습니다. 사심으로 시작했지만 10년을 봉사하니 애정도 생기고 욕심도 생깁니다. 우리 도서관이 동네사랑방으로서 더 많은 주민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 마음을 담아 얼마 전 도서관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습니다. 겨울 방학에 있을 풍선 아트 수업도 홍보할 겸 풍선을 불어 도서관 곳곳을 장식하면서 우리 도서관을 이용하는 회원들 마음에도 책 읽는 즐거움과 행복이 풍선처럼 두둥실 부풀어 오르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나는 도서관 사서 봉사자입니다. 아마도 저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도서관에 앉아 책을 찾아주고, 빌려주고, 정리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