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민들레들에게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무거운 가방 씩씩하게 짊어지고 걸어갈 나의 민들레
잠든 너를 바라보다 조용히 풀어보는 이야기 꾸러미
네가 슬플 땐 그 무어라도 되어 눈물 닦아주고파
네가 힘들 땐 그 무어라도 되어 힘이 되어주고파
네가 기쁠 땐 그 언제라도 달려가 함께 웃어주고파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 되어 불어줄게, 솔솔
차디찬 겨울에는 따스한 햇살 되어 막아줄게, 눈보라
지금 이 어려운 시간들이 너를 크게 할 거야, 반드시
나는 너를 꼭 끌어안고 소리 없이 기도한다, 오늘도.
고1 큰 딸의 기말고사가 오늘부터 시작됩니다. 시험을 준비하며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일주일 간의 짧지 않은 시험 기간 동안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성실히 헤쳐나가길 바랍니다.
아이가 클수록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몫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공부도, 학교 생활도, 친구 관계도 그 무엇 하나 자세히 말해주지도 않고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지요. 그저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잘해나가고 있구나, 믿고 지켜보는 일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습니다. 먹고 싶은 거 사다 주고, 따뜻한 집밥 바지런히 차려주면서요. ( 아, 물론 엄마의 입시 공부는 지금부터라도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
어젯밤에는 둘째가 언니 고생한다고 간식 사러 나가자고 하더라고요. 수업 마치자마자라 피곤하기도 하고 추운 날씨에 굳이?라고 3초 정도 망설였지만, 언니 생각하는 동생 마음이 기특해서 후다닥 패딩 걸치고 집 앞 편의점에 같이 다녀왔습니다. 젤리 매대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더니 언니가 좋아하는 신 맛 젤리와 복숭아 음료를 골라오네요. 늦은 밤 귀가한 언니에게 간식을 전하니 까칠함은 저 멀리 맡겨두고 온 착한 목소리로 “어. 고마워~”하며 받습니다. 녀석들. 이 맛에 둘 키우나 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읽어줬던 권정생 선생님의 그림책 <강아지 똥>. 아름다운 동화인건 분명하지만 동시에 참 슬프고 처량맞은 이야기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이 하필 강아지 똥인 것도, 그 똥의 쓸모가 민들레를 꽃피우기 위한 거름이 되는 일이라는 것도 어쩐지 너무 서글픈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며 다시 보니 강아지똥에게서 제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줄어들수록 하나라도 더 나누고, 보태고, 더하고 싶어지는 제 모습이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
아이들에게 무엇 하나 제대로 해준 게 없는 것 같은 미안함과 아쉬움에 한없이 작아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고마운 사람이 해준 말을 떠올려봅니다.
“엄마가 항상 읽고, 쓰고, 수업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줬잖아. 그 모습 딸들이 다 보며 자랐을 거야. 해준 게 없긴 왜 없어.”
그 말에 진심으로 위로받았습니다. 눈물이 찔끔 날만큼. 사실 저는 강아지똥처럼 “내 한 몸 오롯이 너희에게 바치리”라며 나보다 아이들이 우선인 헌신적인 엄마는 아닙니다. 내가 행복한 게 우선이고, 내가 좋은 게 먼저 보이고, 나 하고 싶은 거 놓치지 않고 사는데 무엇보다 진심인 엄마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족하고 이기적인 엄마여도 엄마는 엄마인지라 어느새 강아지똥의 마음을 품었나 봅니다. 내 딸들이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꽃피어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하고 풍요로운 자양분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 내리는 빗물을 다 막아줄 순 없지만 그 빗물에 내가 가진 좋은 것만 녹이고 풀어내 딸들에게 흘러가게 해 주고픈 마음.
사랑하는 두 딸을 보며 생각합니다. 엄마가 너희들의 강아지똥이 되어줄게. 아름다운 민들레 꽃으로 피어나 자유로운 홀씨 되어 멀리 더 멀리 뻗어나가렴.
사랑한다. 나의 영원한 행복, 나의 딸들아.
매일 글쓰기 10일 차의 덤, 아니 아니 메인은 <기말고사 파이팅>입니다.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는 큰 딸을보며 마음속으로 마법의 주문을 외워봅니다.
“푼 것도 다 맞고, 찍은 것도 다 맞아라 얍!!!”
시험 기간을 맞이했거나 곧 맞이할 모든 K 중, 고딩들 파이팅!! 시험 기간 지켜보느라 고생한 엄마들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