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그랬다면 우리는 함께 했을 거야. 영원히.

by 포도

넷플릭스에서 '먼 훗날 우리'를 꽤 재밌게 봤던 기억에 만약에 우리를 봤었다. 보통 외화 리메이크작은 기대 이하가 많았던 것 같은데 '만약에 우리'는 리메이크라는 생각이 잘 안들정도로 그 자체로 우리나라에 있을법한 로맨스 서사 영화로 느껴졌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티 없이 해맑게 자라 열심히 세상을 사는 정원과 꿈을 좇아 열심히 사는 순수 청년 은호의 드라마 같은 첫 만남과 짝사랑, 짝사랑의 결실과 행복하던 시절 그리고 현실의 벽으로 헤어진 이야기

정원과의 사랑이 진심인 것처럼 다가왔지만 결국 다른 여자에게 떠난 잘 사는 집 아들 민재

부인과 일찍 사별하고 홀로 열심히 아들을 키워온 은호 아버지까지.


“만약에 내가 그날 그 지하철 탔으면? 너를 잡았으면?" (은호)

"그랬으면 너랑 계속 함께 했을 거야, 영원히” (정원)


그때 은호가 정원과 같이 지하철을 탔다면 아마 다시 만났을 것이다. 그런데 영원했을까? 는 사실 장담할 수 없다. 늘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는 은호와 정원이 결국 각자의 길을 갔기에 이 영화가 의미 있고 완성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을 바란다. 하지만 이제는 아마 실제로 만났더라도 그 끝이 해피엔딩이고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안다.


실제 연인이었다면 알았을 것이다. 이 관계가 영원한 관계로 가고 있는지 끝이 보이는 길을 가고 있는지. 서로가 서로를 놓지 못해 그 길을 좀 더 걸어가고 있는 건지 정말 따뜻한 햇살이 이끄는 행복한 미래로 가는 건지.


"서로가 서로를 놓은 거야" (정원)


관계에 일방적인 건 없다. '만약 내가 너를 잡았다면'은 희망회로다. 내가 갖지 못한 미래에 대한 가능했을 것 같은 기대. 하지만 둘은 알았다. 서로가 서로를 놓은 것이라고.

좋아해서 만난 것도, 놓은 것도 일방적인 건 없다. 다 둘의 마음일 것이다.


결국엔 헤어져 다른 길을 간 과거가 인연이 혹여 '내가 놓아서일까' 혹은 '내가 그 놓쳐서일까'라고 서로 본인 스스로를 탓하던 인연이 '서로가 서로를 놓았음'을 인정하는 순간 불완전하다고 느껴졌던 과거 둘의 사랑이 비로소 완전해진 것처럼,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기에 의미 있고 그 자체로 완전하다는 것.


"심장도 떼준다 그래" (정원)

"심장도 떼줄게"


아무것 없이 미래에 대한 희망, 기대, 사랑으로 시작한 둘이었기에 가능한 대화.

각박한 현실, 현실적인 현실에서 이제는 이러한 사랑이 가능할까 싶지만 무해한 사랑을 찾는 사람이고 싶게 만드는 은호와 정원의 대화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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