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 출간 후 한 달이 지났습니다.
작가인 듯 작가 아닌 작가 같은 나
"책은 좀 팔려?"
"작가님 바쁘지 않으세요?"
책이 출간된 지 한 달, 주변에서 묻는다.
그때마다 대답은 같다.
"별 거 없어. 똑같아."
6개월 동안 품었던 원고를 출간하고 나니, 아이를 막 출산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우여곡절 끝에 낳기는 했는데, 얘를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모든 게 처음이라 그저 어색하다.
내가 낳았다는 건 확실한데 낯설기만 하다.
잘 키우고 싶은데. 어쩐지 능력 부족인 것만 같다.
명색이 작가가 됐지만, 나는 달라진 게 없다.
책 출간 후 며칠은 포털에 제목을 검색해 보곤 했다. '베스트셀러' 표시가 붙어 있던 며칠 동안 '기준이 궁금하다'고 시니컬하게 반응했지만 내심 좋았나 보다. 벚꽃처럼 금세 사라져 버리니 섭섭하다.
나는 작가인 듯 작가 아닌 작가 같은, 코시국의 전업맘이다.
코로나 4단계로 아이는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한다.
중간중간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는 아이를 응대하고, 점심을 준비해서 먹이고, 친구도 못 만나는 불쌍한 아이랑 놀아주고, 다시 저녁을 준비하고.
학원에 가는 몇 시간을 빼면 눈 떠서 감을 때까지 아이와 2인 3각을 하는 기분이다.
2인 3각이라는 게 결국은 내 페이스대로만 갈 수는 없지 않나.
혼자서 막 뛰어가면 빠르겠는데, 나보다 더디게 걷는 아이와 함께 가려니 마음이 급하고 언성이 높아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가 잠들면 완주의 기쁨도 잠시, 열심히 뛰었는데 결국 출발선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오늘 하루도 그저 흘러갔다는 허무감이 든다.
짬짬이, 틈틈이.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을 찾아서.
어젯밤에 남편을 앉혀놓고 말했다.
"자기 레지던트일 때 율이가 태어났잖아.
그때 집에 안 들어오는 날도 많았고, 병원 일도 힘들었고, 공부할 것도 많았지?
자기는 혼자서 그 언덕을 올라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자기 뒤를 따라갔어. 율이를 업고.
자기 앞에 완만한 평지가 나타났을 때, 내가 말했지. 이제는 내 차례라고. 나도 목표를 향해 올라가고 싶다고.
그럼 이번에는 자기가 율이를 업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네. 결국 엄마인 내가 아이를 업고 오르막을 오르고 있어.
알아, 자기가 돕고 있다는 걸.
하지만 나는 집안일을 하고 난 자투리 시간에 일을 하고, 자기는 일을 하고 난 자투리 시간에 아이를 봐.
나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일을 해.
하루 종일 아이랑 감정 소모를 하고 나면 글 쓰는 데 쓸 에너지가 없어서 슬퍼.
어떻게 다시 얻은 직업인데......
그냥 이렇게 휘발되어 버릴 것 같아."
내 자리가 있고, 명함이 있는 직업이 아니어서일까.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작가라는 직업. 소중하면서 하찮고, 별거 아닌 듯하면서 잃을까 두렵다.
궁금하다.
작가인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처럼 아이가 학원 간 틈에, 아니면 아이가 잠들고 난 뒤 졸음을 이겨 가며 쓰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