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개들의 섬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그림과 지도로 보는 런던 Isle Of Dogs

by 괴발자 H
그리니치 전경, 강 너머로 보이는 Isle of Dogs, National Maritime Museum, c1670

런던의 동쪽 템스 강이 크게 굽어 흐르는 곳이 있다. 동, 서, 남 삼면이 템스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지리적으로도 눈에 띄는 이곳은 아일 오브 독스(Isle of Dogs), 개들의 섬 혹은 개섬이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이보다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명이 있을까? 하지만 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과 추정만 있을 뿐,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니, 오늘은 이 수수께끼 같은 내용을 하나씩 풀어가볼까 한다.

1588년 Robert Adams의 Thamesis Descriptio의 드로잉 버전 지도, 템스 강을 따라 울리치, 그리니치, 개섬, 뎁포드가 보인다 (지도의 아래가 북쪽 방향)

1588년 로버트 애덤스(Robert Adams)가 제작한 <템스 기술>이라는 지도에서 아일 오브 독스(Ile of Dogges)의 위치를 설명한다. 이는 아일 오브 독스의 이름과 위치가 표시된 최초의 지도로 알려져 있다. (이 지도는 위가 남쪽, 아래가 북쪽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아래위를 반전시켜야 이해가 쉽다.) 아일 오브 독스는 지도의 오른쪽 뎁포드(Depthforde) 건너편에 보이는 작은 섬을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현재의 아일 오브 독스 지역이 반도 전체를 가리키고 있는 반면, 당시에는 반도의 남서쪽에 위치한 작은 섬을 지칭했다. 이후 아일 오브 독스의 영역이 반도 전체로 확장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1588년 지도에 기술된 이 섬은 현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1488년 런던에 발생한 큰 홍수로 인해 작은 섬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아일 오브 독스는 거주 지역도 아니었고, 대부분이 습지인 상태였기 때문에 홍수 발생 후 2세기 후에나 배수를 위한 작업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1588년에 만들어진 로보트 애덤스의 지도에는 이 섬을 볼 수 있지만 후대에 만들어진 지도에서는 섬의 존재가 사라지게 된다.

런던과 인접 10마일 지역에 대한 지도에서 아일 오브 독스 부분 발췌, John Rocque, c1748

1700년대의 지도에서는 로버트 아담스가 그렸던 섬이 반도에 통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의 아일 오브 독스 지역이 반도임에도 섬이라고 불리게 된 아이러니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은 런던 이스트 엔드의 다른 지역과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주민들에 의해서 섬으로 불려왔다는 얘기다. 어쨌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로서는 개들의 반도(Peninsula of Dogs)라고 불러야 논리적일 것 같기는 하지만.


아일 오브 독스는 1520년 <핸리 8세의 편지와 보고서들(Letters and Papers of Henry VIII)>에 최초로 언급되었다. 공식적인 기록은 1520년이지만 실제 사람들이 섬을 아일 오브 독스라 부른 것은 그 이전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지금까지 남겨진 지도, 문서들은 이름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일 뿐,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설명된 것이 없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사냥개 이론이다. 이는 교회 역사가이자 전기 작가인 존 스트라이프(John Strype, 1643-1737)가 1720년에 쓴 <스트라이프의 스토우 조사(Strype's Stow's Survey)>에 최초로 언급되었다. 내용인즉슨, 아일 오브 독스의 맞은편 그리니치 궁전에 왕이 거주하던 시절 왕실 사냥개 들을 이곳에서 키웠는데, 선원을 비롯한 사람들이 이곳을 지날 때면 개들이 짖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개들의 섬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이후 여러 저자들이 이 내용을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진 어원 중 하나가 되었다. 또 다른 설은 처음에는 제방의 섬(Isle of Dykes)이나 오리들의 섬(Isle of Ducks)으로 불렸는데, 발음이 비슷했던 탓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아일 오브 독스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1802년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라본 서인도 부두 조감도, 왼쪽부터 시티 운하, 수출항, 수입항이다. 수입, 수출항 주변으로 선창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아일 오브 독스 북쪽 지역, 과거 서인도 부두가 있던 곳의 또 다른 이름은 카나리 와프(Canary Wharf)이다. 고층 빌딩이 밀집해, 현대화된 런던의 도심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1802년 서인도 부두 개항과 함께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위 조감도에 나와있는 것처럼 서인도 부두에는 배에서 하역한 수입품을 운송하고, 보관하기 위한 대형 창고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 창고들은 화재 등으로 인해 새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그중 하나가 1936년에 재개발되었고,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와 지중해에서 과일 수입을 하던 후르츠 라인스(Fruit Lines) 회사에 임대되었다.


1891년 런던 보험 플랜(Insurance Plan of London Vol sheet 354)의 지도, 서인도 부두 서쪽, 웨스트 우드 와프가 이후 카나리 와프가 된다

1891년 런던 보험 플랜 지도의 중심에 보이는 웨스트 우드 와프(West Wood Wharf)가 있던 곳이 후르츠 라인스가 임대한 위치이다. 이후 후르츠 라인스는 부두와 창고가 있던 부지를 카나리 와프라 이름 붙였다. 이 과일 창고와 함께 카나리 와프라는 이름이 역사 속에 등장한다. 하지만 1980년 서인도 부두가 문을 닫은 후, 기능을 상실한 창고들은 1987년 독랜드 재개발 프로젝트에 의해 대부분의 철거되었다. 카나리 와프 웨어하우스(Canary Wharf Warehouse)도 이 시기에 철거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는 카봇 스퀘어(Cabot Square)와, 고층 빌딩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1901년 Edward Stanford의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이곳에서 바나나와 같은 과일들이 런던으로 수입되었다.

북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위치한 카나리아 제도는 개들의 섬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카나리아 제도는 아일 오브 독스 이름의 유래와는 연관이 없지만 카나리 와프가 라틴어 개들의 섬에서 비롯되었다는 건 대단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https://www.british-history.ac.uk/

https://britishart.yale.edu/

https://artuk.org/

https://www.oldmapsonline.org/

https://islandhistory.wordpress.com/

https://premium.weatherweb.net/weather-in-history-1400-to-1499-ad/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