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반전 노래 1-너에게로 또다시(변진섭)
가수 변진섭의 노래 "너에게로 또 다시" 는 우리 세대 노래가 아니라서 잘 몰랐지만 워낙 좋은 곡이라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다. 이 곡은 2011년 화제가 된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이소라가 특유의 서정적이고 잔잔한 목소리로 부르면서 재조명되었다.
원래 가수 이소라의 노래를 너무 좋아했기에 그녀의 목소리와 분위기 자체에만 빠져 있었지 가사에 주목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슬픈 이별 노래라고 생각했다. 그냥 잘 모르던 숨은 명곡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뿐.
그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짙은 어둠에서 서성거렸나
내 마음을 닫아 둔 채로 헤매이다 흘러간 시간 / 잊고 싶던 많은 일들은 때론 잊은듯이 생각됐지만
고개 저어도 떠오르는건 나를 보던 젖은 그 얼굴 / 아무런 말 없이 떠나버려도 때로는 모진말로 멍들이며 울려도
내 깊은 방황을 변함 없이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던 너
너에게로 또 다시 돌아오기까지가 왜 이리 힘들었을까 / 이제 나는 알았어 내가 죽는 날까지 널 떠날수 없다는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이 세상은 사랑을 이루어주는 곳이 아니다. 석가모니가 괜히 인간의 8가지 고통 중 하나로 "애별리고" 를 꼽은 것이 아니다. 원하지 않은 이별은 고통스럽다. 시간이 느리게 가고 몸도 움직여지지 않는 악몽 속과도 같다. 온 사방이 무채색으로 변해버린 듯한, 지옥의 밑바닥과도 같은, 짙은 어둠 속의 시간들 속에서 외롭게 배회하는 시간들이 길어진다.
암흑과도 같은, 나쁜 꿈과도 같은 어둡고 지루한 시간들이 지나간다. 애별리고의 가혹한 고통이 몸과 마음을 시들게 하고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과연 그 사람이 없는 채로 살 수 있는 것인가? 이대로 떨어진 채로 살아도 괜찮은 것인가? 영혼의 한 부분이 고장난 채로 이렇게 죽은 것처럼 살아도 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연의 끈은 끊어지지 않는다. 끊고서는 도무지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별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연은 다시 이어진다. 여전히 변함없는 마음의 너에게 멀고 먼 길을 돌아서 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죽음이 나를 찾아오지 않는 이상, 내 숨이 붙어 있는 한, 너를 떠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맞이한 이별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다. 인연의 끝을 놓지 않는다면, 끊어질 듯 말 듯한 인연은 다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멀고 먼 길을 돌고 돌아서 다시 만날 수 있고 다시 사랑할 수 있다. 이별이 끝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놀랐던 건 이 노래의 가사가 슬프지 않다는 것이었다. 슬프고 애절하면서도 바다 속에서 울리듯 어두운 멜로디 때문에 가사 내용 역시 슬플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알고 보면 이 노래는 기나긴 이별과 방황 끝에 다시 만난 연인들을 위한 노래다. 이별의 고통과 암흑 속을 헤매다가 끊어진 인연의 끈을 온 힘을 다해 이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이제서야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힘들어도 서로를 향한 간절한 사랑에 승복한 두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