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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써니 Mar 31. 2016

에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래서 슬픈

구가의 서, 'my eden'에 대한 짧은 에세이

 my eden, 이 노래는 2013년 방영한 드라마 '구가의 서' ost에 수록된 곡이다. 판타지물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이승기나 수지 팬도 아니라 볼 생각이 없었는데 1편을 보는 순간 빠져들고 말았다. 극 중 이승기의 부모인 최진혁과 이연희의 이야기가 너무도 슬프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남자는 괴물(구미호)이지만 그런 그조차도 마음을 뺏길 정도로 그녀는 아름답다. 애초에 그녀의 아름다움 때문에 집안이 몰락했는데 원수의 수청을 들기 싫어 고집을 부리다 죽음의 위기에 처한 그녀를 그가 구해준다. 그는 그녀를 구하여 깊은 산 속 자신만의 은신처에 데려온다. 깊은 상심에 빠져있던 그녀도 그의 정성에 마음을 열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태초의 아담과 이브처럼 속세와 괴리된 그들만의 에덴에서 그들은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다. 하지만 그들의 위태로운 낙원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녀의 원수가 관군을 끌고 은신처 근처로 포위망을 좁혀오고 그녀는 그를 의심하고 믿지 못하여 결국 관군에게 그를 넘겨주고 만다. 그는 "왜 그랬소? 나는 그대를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라는 눈물 어린 절규를 남기고 죽임을 당한다. 서로를 향한 지극한 사랑, 깨질 수 없는 것 같이 보이는 사랑이라 해도 의심, 불안이 만들어낸 작은 균열에 의해 파탄에 이를 수 있다. 사랑이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조심하고 노력하고 정성을 다해 지켜가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을 믿어주어야 한다.

 이 노래의 제목은 my eden이다. 이 노래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어떤 근심도 외부의 위협도 없는 그들만의 에덴, 낙원에서 살고 싶은 인류 보편의 염원이 느껴진다. 백석 시인이 나타샤에게 함께 흰 눈 내리는 날, 흰 당나귀를 타고 깊은 산골 마가리(오두막)에서 살자고 노래했듯이. 그러나 이 세상에는 에덴도 유토피아도 없기 때문인지 이 노래의 멜로디는 매우 애절하고 슬프다. 보컬 이사벨의 청아한 목소리는 어째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낙원에의 염원은 좌절되어야 하냐고 항변하는 듯하다. 왜 사랑을 향한 인간의 비상은 좌절과 실패로 귀결되어야 하느냐고.

 마치 오페라 곡과 같이 우아하고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이 노래의 멜로디와 빼어난 보컬의 음색은 두 사람의 슬픈 운명과 맞물리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그래서인지 한 번 1-2회 영상과 함께 이 노래를 들은 후 멜로디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낙원은 좌절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서 이러한 낙원을 찾으며, 또 만들며, 희망을 일구며 사는, 인간의 끈질기고 슬픈 염원이야말로 가장 위대하고 또 애달픈 그 무엇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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