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축복과도 같은 음반 - 버스커 버스커 1집(벚꽃엔딩)
여수 밤바다에서 혼자 그리워하던 그녀에게 드디어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시작하는 연인들의 사랑의 기쁨과 행복의 에너지가 가득한 것 같은 노래이다.
"그대여, 그대여"
마치 꿈 속에서 가만히 연인을 부르는 듯한 속삭임으로 이 노래는 시작한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그대여, 우리 이제 손잡아요"
서로에게 끌리지만 어쩐지 약간은 서먹한 마음으로 벚꽃 구경을 간 남녀는 눈처럼 벚꽃잎이 날리는 꽃길에서 이제 막 손을 잡고 정말 연인이 되었을 것 같다.
이 노래의 매력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람불면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이 부분을 보면 또 이 노래는 아직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바람이나 그리움을 표현한 건가 싶다. 여수 밤바다의 사랑은 이루어진 것일까, 아닐까? 어느 쪽인지 개인적으로도 궁금하다.
신비한 것은 이 노래를 듣고 있기만 해도 어지럽게 흩날리는 벚꽃잎이 눈에 보이는 듯하고 마치 벚꽃 구름이 눈앞에 있는 듯 선연히 그려진다는 점이다. 한때 누군가가 먼 훗날 지구 온난화 때문에 벚꽃이 멸종되고 미래의 인류가 벚꽃이 도대체 어떤 꽃인지 실감이 안날 때 이 노래를 들으면서 벚꽃이 어떤 꽃인지 추측할 것이라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 문학의 형상화 기능은 음악으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벚꽃 피는 이 계절이 되면 이 노래를 이리도 많이 찾는가보다.
뒷산에서 벚꽃을 마음껏 보고 온 어느 일요일 낮, 집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놓고 벚꽃 엔딩을 들으며 이 글을 쓰니 참으로 오랜만에 행복하다. 벚꽃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낸 것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