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노래 홀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쟁이 써니 Mar 31. 2016

노래로 살아난 여수 밤바다

 봄에는 축복과도 같은 음반 - 버스커 버스커 1집

1. 첫사랑의 심화


 봄에는 꼭 찾아듣는 버스커 버스커 1집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사실 벚꽃 엔딩이 아닌 이 노래이다.

 

 봄바람을 타고 찾아온 첫사랑은 설렘과 풋풋함으로 시작했으나 그 감정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의 설렘과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심화된다. 함께 있고 싶은 욕심,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개입된다. 이 더욱 깊어지고 짙어진 감정은 좋은 곳에 왔을 때, 아름다운 것을 봤을 때, 혼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낼 때 더욱 커져서 스스로의 존재마저 압도한다.

2. 음악으로 형상화된 밤바다, 그리고 감정의 파도


 이러한 일련의 감정의 파도가 이 노래엔 고스란히 녹아있다. 신기한 것은 눈을 감고 가만히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밤의 서늘함과 봄 바다의 향기를 품은 바람이 불어오는 밤바다가 눈앞에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것이다. 낮보다는 인적이 드물고 조용해진 밤바다를 비추는 조명의 불빛, 밀려가고 밀려오는 파도의 철썩이는 소리까지도 들리는 듯하여 신비한 느낌마저도 든다. 아직 혼자서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가는 상대에 대한 지극한 그리움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조바심 등이 합쳐져 약하게 시작한 파도가 점점 더 커지고 스스로를 압도할 정도까지 벅차오른다. 초반부에는 다소 밋밋하고 무덤덤하게 시작하고 이 분위기가 중반까지 이어지지만 후반부의 전주와 극대화된 보컬의 감성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 감성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여수 밤바다의 풍경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하여 듣는 사람을 압도한다. 개인적으로는 일찍이 어떤 가요로도 해본 적 없는 경험이다.


 학창시절 고등학교 시간에 배운 선학동 나그네라는 소설에서는 주인공 여자가 소리를 하면(판소리) 마을 사람들은 이젠 개발되어 볼 수 없는 과거의 한 장면을 눈 앞에 선연히 떠올린다. 밀물에 비친 산이 날개를 편 학의 형상을 한 모습을 보는 것이다. 학이 그 시절 그대로 날개를 펴고 물 위를 노니는 모습을 본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마음으로 이해가 가진 않았는데 이제 알 것 같다. 음악에는 마음 속의 이미지가 눈 앞에 선연히 떠오르게 하는 힘이 있음을. 노래를 들으며 가만히 눈을 감으면 한 번도 못 가본 여수의 밤바다가 눈 앞에 선연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봄바람이 불면 하게 되는 첫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