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이정권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을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다. 좋아하는 노래가 많이 나오고 원래 노래와 다른 가수들의 편곡과 해석이 흥미진진했다. 처음에는 30호 이승윤 씨, 63호 이무진 씨한테 꽂혀서 엄청 찾아봤는데 1월 26일 이정권 씨의 무대를 보고 귀가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이 날 참가자들은 번호를 떼고 본인의 이름으로 무대에 참가했다. 20호였던 이정권씨도 '싱어게인'을 하면서 이름이란 게 뭔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음악을 감히 함부로 대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61명의 참가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무대를 만들어보겠다" 고 말했다.
가수 아이유의 노래 '이름에게'를 선곡한 그의 무대는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한 마디, 한 마디 진정성 있으면서도 호소력 있게 부르는 그의 무대는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가수의 뒷 배경에 수많은 이름들이 나타났다. 싱어게인에 출연했던 수많은 참가자들의 이름이었다.
끝없이 길었던 짙고 어두운 밤 사이로
조용히 사라진 네 소원을 알아
이 무수한 이름들은 이 가사와 절묘하게 어울리며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한국 사회는 어딜 가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그것을 반영하듯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꿈을 품은 수십 명의 도전자들 중 영광의 승리자는 한 명이다.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top 6나 7 안에 들어야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다. 우리 눈엔 너무 뛰어나 보이는 쟁쟁한 사람들도 우수수 떨어진다. 이정권 씨도 팬텀싱어 3에 참가했으나 탈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 '미스터 트롯' 에 참가했던 류지광 씨도 팬텀싱어 1에서 탈락했었던 적이 있다. 수많은 경쟁이 일상화된 이 시대 청춘들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들은 많은 것을 가지지만 진 사람들은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가치가 폄하될 수는 없다. 경쟁의 특성상 승자와 패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패자도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만의 고유한 이름처럼. 이 무대는 이러한 메시지를 담은 제작진과 이정권 가수의 따뜻한 선물인 것 같았다.
우리 사회에서도 유사한 모습들이 연출된다. 무수한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정규직 등 좋은 것들을 차지하지만 진 사람은 그런 좋은 것들에서 배제된다. 그러다보면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지고 열등감에 시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되뇌어보면 어떨까. '내 이름은 나만 가지고 있고 나는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고유한 존재다. 나는 나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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