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스포 있음)
2014년 인터스텔라를 봤을 때 영화관에서 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광활한 우주와 책에서만 보던 웜홀, 블랙홀이 스크린 속에서 펼쳐지니 너무 신기하고 흥미진진했다. 그 때만 해도 미세먼지가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마스크를 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 뒤로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마스크까지 써야 하게 되면서 이 영화가 생각났다. 이 영화 속 미래가 그렇게 먼 것이 아닐 수도 있는 것 같아 섬뜩했다. 이후에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미세 먼지 때문에 마스크 쓰는 건 애교였다 싶긴 했지만.
영화 시작은 2060년대의 지구, 식량난과 대기 오염으로 희망이 사라진 상태이다. 2060년대인 것 이제 알았다. 영화볼 땐 적어도 백 년 뒤 이야긴 줄 알았는데 내가 오래 산다면 나이 먹어서 겪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충격이다. ㅜㅜ
하긴 영화 보면서 할아버지가 하는 말이 지금 세대를 의미하는 것 같긴 했다.
"그땐 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았단다. 매일 새로운 발명품들이 쏟아졌어. 그런데 60억 인구가 모든 것을 가지려고 했으니."
저 대사를 보고 이 시대의 인류가 노년에 겪을 일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요즘의 심각한 환경 파괴와 그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기상 이변 등을 보면 이 영화가 생각난다.
어쨌든 아빠(매튜 맥커너히) 쿠퍼는 딸 머피와 아들 톰, 장인과 함께 사는데 지금은 옥수수 농사 짓는 농부지만 예전에는 과학자였다. 딸인 머피는 자기 방의 책이 자꾸 저절로 떨어진다며 유령 짓인거 같다고 한다.
아빠인 쿠퍼는 딸의 방에서 발견한 신호를 찾아갔다가 몰래 연구를 진행하던 NASA에 도착하고 과거 스승인 브랜드 교수를 만난다. 교수에 의하면 지금 의 지구는 급격히 식량과 공기가 줄어들고 있어서 쿠퍼의 딸 세대가 어른이 되면 살 수 없는 땅이 될 것이라고. 이때 쿠퍼의 유명한 명대사가 나온다.
우린 답을 찾을 겁니다. 늘 그랬듯이.
그래서 쿠퍼는 희망이 사라진 지구의 새로운 희망이 될 행성을 찾기 위해 우주로 떠난다. 슬퍼서 우는 딸. 배웅하는 아들. (아들은 놀랍게도 티모시 살라메.)
쿠퍼를 태운 우주선은 우주로 떠난다. 지구와 환경이 유사한 행성을 찾아 먼저 떠난 사람들이 괜찮은 곳이라고 신호를 보낸 곳으로 가는 것이다.
첫 번째 행성은 물로 뒤덮인 곳이었는데 진짜 무서운 곳이다. 브랜드 박사(앤 헤서웨이)가 산에 가서 흔적을 찾을 거라고 하니 쿠퍼가 "산이 아니야. 파도야." 라도 할 때 진짜 소오름...브랜드 박사는 로봇 타스가 구해주지만 나머지 한 명 연구원은 우주선에 타기 직전 물에 휩쓸려 죽게 된다. 이 행성은 1시간이 지구의 7년에 해당하는데 이 사건으로 지구의 23년을 쓰게 된다. ㄷㄷ(이 때 남아있던 로밀리 박사는 혼자 23년을 기다린 것 ㅠ)
두 번째 행성을 어느 곳으로 갈지 결정하려는 데 갈등이 생긴다. 브랜드 박사가 가고자 하는 행성은 사실 먼저 간 사람이 그녀의 연인이었던 것이다. 쿠퍼는 그녀가 감정에 좌우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그녀는 말한다.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에요. 이해는 못하지만 믿어보기는 하자구요."
하지만 쿠퍼는 감성이 아닌 이성에 근거한 결정을 내린다. 가장 최근까지 신호를 보낸 만 박사의 행성으로 가기로 결정한 것.
인터스텔라 행성 촬영지가 아이슬란드라고 들었는데 아마 이 행성이 아닐까 싶다. 정말 황량하면서도 신비한 얼음 행성. 여기서 만 박사를 만난다. 그런데 만 박사는 이 영화 최고의 빌런. 그가 보낸 신호는 모두 거짓이었다. 쿠퍼는 만 박사에게 죽을 뻔했다가 브랜드 박사의 구출로 겨우 살아난다. 그러나 로밀리 박사는 구출하지 못한다. 만 박사는 우주선을 탈취하고 무리하게 도킹을 시도하다가 죽는다. 쿠퍼는 도킹에 성공하고 우주선 일부가 파손된 채로 블랙홀 근처를 향해 나아간다. 이 때 우주선의 연료가 얼마 남지 않아 쿠퍼는 브랜드 박사를 마지막 행성으로 보내고 자신은 블랙홀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선택을 한다.
어릴 때 과학 만화를 보면서 블랙홀 부분이 나오면 너무 무서웠다. 강한 중력에 의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어 검게 보이는 천체라는 블랙홀. 그 책에서는 뭐든 블랙홀에 들어가면 완전 납작하게 짜부러든다고 설명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블랙홀의 압력보다는 블랙홀 근처에서 시공간이 왜곡된다는 점에 주목한 것 같다.
블랙홀 안에 들어간 쿠퍼는 딸 머피의 방을 둘러싼 순간들을 3차원으로 펼쳐놓은 세계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쿠퍼는 딸에게 메시지를 남기는데 이것이 앞 부분에서 책이 떨어지는 신호였던 것이다. 즉 유령이 아니라 미래의 아빠였던 것. 과거의 딸이 했던 STAY 라는 모스 부호 해석은 옳았다. 쿠퍼는 제발 가지 말라고 과거의 자신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과거의 자신은 미련 없이 떠나버린다. 쿠퍼는 절망하지만 머피가 풀지 못하던 문제를 로봇 타스에게 계산하라고 해서 그 해답을 중력 현상을 통해 시계 바늘을 매개로 한 모스 부호로 전달한다. (문과라 잘은 모르겠지만 중력은 차원을 초월한다는 논리인 것 같다.) 이 시계는 떠나기 전 쿠퍼가 머피에게 준 시계로 머피는 이 시계를 통해 원하는 답을 얻어낸다. 결국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
머피는 이 메시지로 인류를 구하고 인류를 무사히 피신시킨다. 우주를 떠돌던 쿠퍼는 토성 근처에서 발견되고 마침 그 근처에 있는 쿠퍼 우주 정거장에 오게 된다. 그곳에서 할머니가 된 딸을 만나게 된다. 할머니가 된 머피는 자식이 죽는 것을 볼 필요는 없다며 브랜드 박사가 혼자 기다리고 있는 행성으로 떠나라고 한다. 쿠퍼가 떠나면서 영화는 마무리.
이 영화는 정말 엄청난 영화이다. 우주를 다룬 영화 중 최고이다. 그래비티, 아폴로 13, 마션 등의 영화들도 정말 대단했지만 최고의 우주 영화를 꼽으라면 인터스텔라를 꼽을 것 같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정말 그 의미를 잘 생각해볼 만하다. 영화 초반 디스토피아적 모습은 매우 암담하다. 과학자였던 쿠퍼는 농부가 되었고 아들도 농부가 되기를 권유받는다. 더 이상 학문은 중요하지 않고 오직 식량만이 중요해져버린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우리 시대가 과연 무관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과학자를 꿈꾸는 과학 소년들이 꽤 있었다. 그 시절 소년 소녀들은 과학자, 작가, 음악가 등 장래 희망이 다양했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은 공무원, 대기업, 건물주를 꿈꾼다고 한다. 학문, 예술 등은 돈이 되지 않는 분야로 홀대받는다.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환경 파괴가 지금의 속도대로 진행된다면 영화 속 미래가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지금도 북극의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고 그로 인한 이상 기온 현상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몇십 년 후면 지구의 많은 나라들이 물에 잠긴다고 한다. 정말 지구 밖의 행성을 찾아 떠나야 하는 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또 영화가 주는 사랑에 대한 메시지도 감동적이었다. 쿠퍼와 딸 머피가 사랑의 증표인 시계에서 답을 찾은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어쩌면 우리 인생의 많은 문제에 대한 답을 사랑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감독은 생각한 것 같다. 사랑이야말로 이 지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노인들이여,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하시오.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마오.
분노하고 분노하시오.
사라져가는 빛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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