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조각

Memory 4

by 햇님공원

"한국 선교사예요?"

"네, 맞아요."

"저희도 선교사예요."

"오! 멋지네요."

"아티틀란에서 사역하시는 거예요?"

"아니요. 저희는 과테말라 시티에 머물고 있어요.

이곳에는 3일만 있을 거예요. 여러 지역을 다니며 '스쿨 바이블' 사역 중이에요."

"스페인어를 하실 줄 아세요?"

"아니요. 저는 단기선교로 2주 전에 과테말라에 왔어요.

저 앞에 있는 남자분이 이곳에서 사역 중이시고, 저는 그분을 돕고 있어요."


과테말라에 온 지 2주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사역 차 2박 3일 간 Atitlán을 방문했던 날 어느 오후,

사진을 찍고 있던 내게 다가 온 한 외국인과 나눈 짧은 대화였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나는 이제 여행자가 아니라 단기선교사라는 사실이.


지구 한 모퉁이에서

한때 꿈꾸었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언젠가, 서랍 깊은 곳에서 편지 상자를 발견했었다.

작은 사각형 모양으로 꼬깃하게 접혀있던 아주 오래된 편지 한 장..

그 속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중에 크면 영상선교를 해보고 싶어."


열세 살의 내가,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써 보냈던 꿈이었다.

그 꿈을 마흔한 살의 내가, 지구 반대편에서 조금씩 이루어가고 있었다.


내가 과테말라로 다시 오게 된 이유..

그게 아마 이거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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