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쌍둥이들은(특히 수현이는) 가슴이 덜컹하게 하는 말을 하곤 한다.
옆에서 귀여운 척을 잔뜩 하고 있는데 내가 다른 일을 하느라 반응이 늦으면
"엄마 이제 내가 싫어진 거예요?" 하는데,
그 때마다 내가 그 정도로 이 녀석을 불안하게 했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든다.
코알라가 생긴 후로는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대신
"엄마 이제 코알라가 싫어진 거예요?" 내지는 "이제는 더 이상 코알라가 귀엽지 않아요?" 라고 물어보는데
그럴 때마다 최선을 다해 "아니야! 코알라 완전 좋아해! 아유 귀엽다!" 하고 우쭈쭈 해 주면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 씨익 웃고 가곤 한다.
쌍둥이로 산다는 것, 혹은 삼형제 중 하나로 산다는 것이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큰 불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내가 잘 해야 하는 것인가. 불안하지 않도록 여유시간을 셋으로 쪼개어 골고루 관심을 주고 또 주고...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도현이나 현욱이는 저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세계가 굳건히 구축되고 있는 듯한 둘은 머리 속에서 돌아가고 있는 생각들이 워낙 많아 자기가 받고 있는 애정이 충분한지 어떤지에 대해 굳이 따지지 않는 듯하다.
MBTI로 치면 극 T랄까. F인 수현이만이 끊임없이 주위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엄마의 애정을 갈구하는 것 같기도 한다. 결국은 성격의 문제일까.
(MBTI 관련해서 얼마전에 가족들에게 '엄마가 슬퍼서 빵을 사왔어' 테스트를 해 봤더니 남편과 현욱이, 도현이는 모두 극 T 다운 대답을 했고 - 무슨 빵? 슬픈 거랑 빵이 무슨 상관이야? 언제 사왔어? - 오로지 수현이만이 F다운 대답을 했었다 - 엄마 뭐 때문에 슬퍼요?)
여튼, 덕분에 오늘도 넘치는 관심과 애정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누군가의 일순위라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