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으로 다시 돌아가던 날

마약같은 월급과 눈칫밥으로 점철된 삶??

by Sunny Day

영락없는 직장인으로 다시 돌아갔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너의 밥벌인데 무슨 '타의 반'이냐 라고 하겠지만, 그렇게 표현한 이유가 있다. 국민기본소득 실험까지는

거창하게는 아니어도 적당한 수준으로만 벌면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저축까지는 어려워도 입에 풀칠, 아니 기름칠도 하며 살았으니 그렇게 쪼들리며 살지도 않았다. 물론, 엄마 찬스, 동생 찬스를 쓰며 빌붙기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이 받으면 적게라도 주면서, 주고 받기도 가능했으니까 괜찮은 몇 개월이었음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들어온 돈은 쌓이는 것 없이 꼬박 그대로 나가고 다시 원상태로 깨끗해지는 통장을 보며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불안감을 조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닥쳐올 운명처럼 그렇게 다가왔다.


'불안, 올 것이 왔구나.'


(그러나 돌아보면 그것은 내 몫이 아닌 것에 대한 말도 안되는 아쉬움과 후회, 질투 같은 것이었다. 결코 나의 원인행동이 없으면서 결과를 바라는, 가질 수 없는 상황(이를테면 나는 지원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는 ㅇㅇ이 좋은-월급 많이 받은-직장으로 이직했다더라하는 이야기에 배아파하는 것이랄지, 나는 운동도 하지 않고 먹을 것 다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으로 항상 먹을 것을 달고 다니던 @@이 다이어트로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더라하는 소식에 불안해한다던가 하는 것들)으로 인해 힘들어한다는 건 어딘가 앞뒤가 맞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이력서를 뒤적이며 좀 더 나은 조건의 구인광고를 찾아헤매기 시작했다. 딱 그 말이 맞다. 찾아헤맨다는 표현이.


매일 쏟아지는 일자리를 수시로 들여다보지만 내가 일할 만한 곳은 있는지, 내 경험을 높이 사주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고 금전적 보상도 충분한 곳일지 등등에 대해서 갸우뚱하게 됐다.


미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매일 같은 시간에 나오고 같은 번호의 버스, 같은 노선의 지하철을 타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출퇴근길 눈치게임과 엉덩이 밀어넣기도 불사하고 있다.


사무실에서도 윗 분과 젊은 직원 사이에서 눈치게임은 이어지고 좋게는 조율, 정직하게는 양쪽으로 눈치보는 영락없는 똑딱이 직장인이다.




그렇게 다시 집-회사를 반복하기에도 하루가 꽉찬 직장인으로 돌아간 지 벌써 6개월이 되었다. 직장생활이란게 재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한 사람의 빈 자리를 채우며 내 몫까지 하는 구조로 일하는게 무리라고 느껴질 때가 많지만 그래도 아주 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종종거리는 하루를 살고 머리보다는 손, 발이 바쁜 상황은 이어지고 있지만 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다시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It will be better than yeste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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